•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건강한 토론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며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정치가 입을 다물어버리면 정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여러 갈등에서 직간접적 대응을 피해왔지만, 앞으로는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장은 25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회 초청 강연에서 박 전 대표와 협조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용의가 있고 없고 간에 반드시 협조해야할 입장"이라며 "어느 한쪽이 후보가 되면 다른 사람은 후보를 밀어야된다는 것은 경선에 참여한 사람의 기본"이라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서로 협력하는 각서를 쓰고 실무자들도 싸우지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정치가 입을 다물어버리면 정치가 아닌 것 같다"면서 "정치는 입에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나는 것 같다. 그런데 실무자도 나도 입을 다물면 정치가 안되지않나"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말들이 많아서 몇 달 말을 조심했더니 이명박도 아니고 그렇게 됐다"며 "다시 이명박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내 후보자 경선에 목숨걸고 할 것은 아니다"며 "결국은 최종 협력자다. 협력자로서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서로 경쟁하고, 토론하고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정도는 나도 지킨다. 상대가 안 지킨다고 나도 안 지키는게 아니고, 상대가 안 지키더라도 나는 끝까지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정책대결'을 해야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공약1호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여권의 잇따른 공세도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요즘 정치풍토가 이명박과 붙어야 (인기가) 올라간다"며 "그래서 나와 시비를 붙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대꾸하지 않고 있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대재앙'으로 비난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총리까지 한분이…"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이 전 시장은 "김정일에 대한 평가 대부분 꺼려한다. 김정일은 지구상에서 자기 국민을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는 지도자이고 거기다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 평가할 게 있느냐"고 잘라말했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는 이념갈등과 사회갈등을 조장한 것은 실정인데 한미 FTA를 한 걸 보면 멀쩡한 거 같다"는 말로 정리했다.

    이 전 시장은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 나라이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대범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서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굴욕적인 한일외교정상화를 반대한 6.3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무책임하게 발언하고 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에 이어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관광음식박람회에 참석한 뒤,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4.25 재보선 투개표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