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 사설 <'방북 정치', 속보이고 지겹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범여권 인사들의 방북이 줄을 잇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이 다음 달 초 배기선, 이광재, 김종률, 이화영 의원에다 재계 인사들까지 동반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다음 달 초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북측 민화협과 평양에서 개최하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토론회’에 참석한다.

    지난달 초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교환”을 한다며 평양에 간 바 있다. 비슷한 때에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과 정동영 전 의장도 북한을 방문했었다.

    이들은 북한에 가서 경제 문제를 논의한다, 토론회를 한다,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몸은 북으로 가지만 마음은 남쪽의 대선을 향해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인다. 줄줄이 북으로 가는 사람들 자체가 거의 모두 대선 주자들이거나 그 주변 사람들이다.

    여권 의원들과 재계 인사들의 합동 방북은 출발이 코앞에 온 지금까지 의제와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올림픽 개최 규정에도 없는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북측에 제안했고, 이화영 의원은 무슨 돈이 따로 있는지 북에 50억원짜리 돼지농장을 지어준다는 합의서에 개인적으로 서명했다.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 북핵 폐기에 대해 한마디라도 했거나 할 거라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북측은 남한 정치인들이 선거용 이미지를 만들려고 방북한다는 것을 훤히 알고 있다. 북이 공짜로 무대를 빌려줄 턱이 없다. 자릿세를 내라는 얘기가 나오게 돼 있다. 이러니 북측은 자신들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핵 얘기가 나오자 자리를 박차고 퇴장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게 되겠는가.

    이제 정치인들이 북한에 가서 태깔을 내던 시절은 지났다. 국민은 한두 번 본 것이 아닌 그 연극의 대사까지 욀 지경이다. ‘방북 정치’는 나라에도 그렇고 정치인들에게도 득 될 것이 없는 구태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