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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시간. 두바이-인도 리더십 탐사기간 동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비행시간만 따진 것이다. 지난 9일 늦은 시각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6박 7일간 해외탐사 일정 중 3박은 기내에서 이뤄졌다. 이 전 시장은 '창조적 리더십'과 'IT기술' 탐사라는 두가지 테마를 갖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중동답지않은 열사의 땅'과 '가장 가난하지만 가능성의 나라'를 오갔다.
이 전 시장은 이번 탐사를 통해 '창조적 국가경영의 리더십'을 점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신의 '대한민국 7·4·7(7% 경제성장률, 개인소득 4만불, 세계 7대강국)' 구상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십을 다듬는다는 의미다. 탐사 도중 이 전 시장은 "나는 국익을 위해 이번 일정에 나섰다"고 누차 강조했다.
'상상을 현실로' 두바이 리더십, '소프트웨어'가 접목한 창조적 개발
이 전 시장은 이를 위해 아랍에미레이트 연방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막툼을 먼저 만났다. 모하메드는 '상상을 현실로 실현해내는' 지도자로 전세계 리더십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인공섬 '팜(Palm)', 7성호텔 '버즈 알 알랍', 삼성건설이 짓고 있는 800미터이상 높이의 세계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등은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다'를 구현하는 두바이의 여러 프로젝트 중 대표 모델이다. 셰이크 모하메드와 만난 이 전 시장은 오일머니 유치와 중동 플랜트 산업 진출을 통한 '제 2의 중동붐' 구상을 구체화했다.
두바이 리더십의 특징은 '부수고 새로 짓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거기에 상상력과 문화, 예술이 접목된 것이라는 점에 이 전 시장은 주목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구상하는 '과학비즈니스 도시'의 실질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두바이의 인터넷시티를 방문하고 현황과 비전을 함께 챙겼다.
두바이 이틀째. 한창 건설이 마무리되고 있는 인공섬을 배를 타고 둘러본 이 전 시장은 선상에서 만족감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브리핑을 받은 후 그는 "우리나라 서해안 남해안에는 이보다 더욱 잘 만들 수 있다"고 하더니, 회항길에는 뱃머리에 한동안 서서 여러 익살스런 표정을 일행에게 지어보이기도 했다. 순간 바다에 뛰어드는 시늉까지하며 '뭔가 얻었다'는 기분을 맘껏 표현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점검한 것은 '두바이식' 개발을 따라하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중동 일정을 함께한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설명했다. 조 교수는 "여러 사회환경이 전혀 우리나라가 두바이의 개발방식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번 탐사에서 얻는 것은 '개발'이 아닌 '역발상적 창조적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기후, 종교적 제약이 많아 술을 팔지 못하는 나라, 석유가 적게 나는 중동국이지만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극대화한 두바이의 리더십이 그것이라고 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도 리더십, IT산업 교류와 '잠재적 시장 확보'
두바이를 떠나 인도를 찾은 이 전 시장은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과 만나 '세계 지식플랫폼(Knowledge Platform)' 구축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칼람 대통령은 마드라스대학교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인도를 세계적 IT강국으로 이끈 인물이다. 각각 '민간인'과 '대통령'의 신분이지만 '과학도시'를 구상하고 있는 이 전 시장과 '과학자' 칼람 대통령의 의기투합은 쉽게 이뤄졌다.
칼람 대통령은 2시간 가까이 일정을 비워놓고 이 전 시장을 맞았으며, 쉽게 개방하지 않는 무굴정원에서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이 전 시장을 '맨 오브 그린(Man of Green)'이라고 반기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또 이 전 시장의 저서 '흔들리지 않는 약속'에 나온 국제과학비전도시 편에는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영문으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인도의 정신적 스승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간디는 일생동안 행동으로 애국을 보여준 지도자"라며 "이 시대는 말로 하는 애국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명록에는 "어릴 때부터 그를 그리워해왔다. 나라를 위한 그의 행동을 나는 결코 잊지않고 있다(I have been longing for him since I was a child. I never forget his action for country)"라고 남기며, '실천한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나는 인도와 인류의 비천한 하인(humble servant)에 불과하다'는 간디의 어록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참 좋은 말이야"라며 거듭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또 중국을 능가할 '잠재적 시장'으로서 인도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이 전 시장은 드러냈다.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IT)를 방문해 과학교육제도를 살피고, 유능한 과학인력의 유입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또 방갈로르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그룹 WIPRO와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연구소(SISO : Samsung India Software Organizations)를 찾아 관련업계 현황을 점검했다.
그는 일정을 마칠 즈음 '당 경선을 앞두고 대의원과의 접촉에 주력해야한다'는 주위의 만류를 뒤로 하고, 이번 해외 정책탐사를 굳이 고집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국민을 향해 그냥 갈 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5일 해외탐사를 마치고 귀국한 이 전 시장은 쉴틈도 없이 공항에서 곧장 4.25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대전으로 향해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은 "정권교체를 통해 죽어가는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리자,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며, 시민들을 향해 "함께 구호를 외쳐달라"고 소리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