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강연에 빠지지 않는 것이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박 전 대표는 자주 양친을 찾았다. 연말 경쟁 대선주자들이 사자성어를 발표하며 새해포부를 밝힌 반면 박 전 대표는 양친의 영정 앞에서 각오를 다졌다. 그러자 '박정희 육영수'향수를 자극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천륜"을 강조하며 이런 비난을 정면돌파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양친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않았다. 여권과 상대후보진영의 비난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그 보다는 1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가 '콘텐츠 부족'이란 일각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분야별 정책을 발표하면서 양친을 언급할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최근 박 전 대표의 강연에서 '박정희·육영수'가 등장했다. 특히 당원들과의 접촉에서 2월 말 부터 시작한 전국투어시 지역 당직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부모님을 언급하시 시작했다. 지난 19일 경북 구미지역 당원간담회에서는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 아버지 마저 그렇게 보내드리고 청와대를 나와 평범하게 살았지만 나를 다시 정치로 불러들인 것은 IMF위기였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느냐. 다시 일어서는데 내가 조금이랃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내가 살아가는 보람"이라고 주장했다.
27일 강원도 춘천 특강에서도 "어머니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얼마 뒤 아버지까지 보낸 뒤 청와대를 나와 평범하게 살았지만 그런 나를 정치로 불러들인 것은 IMF위기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나라가 다시 반석위에 오르는데 내가 일조한다면 그게 살아가는 보람"이라고 했다.
28일 동해·삼척지역 당직자 간담회에서는 "나는 정치를 잘못할 수 없다.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 아버지도 그렇게 잃었다. 부모님께 나라사랑이 어떤 것이며 올바른 국가관 안보관 경제관을 배우고 산 사람이다. 부모님께 배운 것을 어기거나 누가되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나에 대한 1차검증은 당원동지여러분이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절대 그런 것을 어기거나 잘못갈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충북 제천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20대에 어머니를 흉탄에 보내고 얼마뒤 아버지도 그렇게 보낸 후에 나는 절망의 끝에서 충격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나를 구해준 게 국민이었다. 시장 할머니,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웃들이 내 손을 잡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면서 용기를 줬다. 내게는 그 분들이 가족이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항상 다짐하는게 못다한 효도를 다한다는 심정으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이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29일에는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을 방문했다. 충북비전 포럼 특강을 위해 옥천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가장 먼저 육 여사의 동상을 찾았다. 특강 전 박 전 대표는 육 여사 동상 앞에서 무려 5분여간 길게 묵념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역시 박 전 대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나라사랑 가르침을 한번도 잊어본 적 없다. 보고 배운 것이 그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박정희·육영수'를 언급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사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당원접촉에서 자신의 대표재임시절 성과를 부각시킨다. 이때 박 전 대표가 가장 방점을 두는 곳은 바로 "사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심없이 대표직을 수행해 지금의 높은 당 지지율을 만들었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다.
이같은 주장에 보다 설득력을 싣기 위해 다시 '박정희.육영수'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초선 의원은 "사심이 없다는 점과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하시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측근들은 손사래를 치지만 보수성향의 당직자들에게는 '박정희·육영수 향수'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 의원은 "당직자를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나라당 당직자들 성향을 볼 때 그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