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치인이 말로 하는 것을 갖고 판단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취약지로 꼽히는 전북 지역을 찾은 이 전 시장은 타 지역에서보다 오히려 더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당심민심 챙기기'를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은 29일 전북 전주를 방문, 전북도당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인들은 누구나 말로는 잘한다. 누구든지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말만 듣고 판단하면 실수"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과 실천력을 부각시키며, 대권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지난번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가 뭐냐"며 질문을 던진 뒤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후보가 말을 잘했다. 눈물도 뚝뚝 흘릴 줄 알고…. 거기 속은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과거 두번(대선)은 군사 독재정권을 지낸 뒤 민주화세력 중심으로 뽑았지만, 지금은 온 세계가 그 나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라며 "누가 경제를 살리나, 그것을 해주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말로만 '하면 된다' '걱정말라' '새만금 특별법 통과시킨다' 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말하면 틀림없이 약속지켜왔다"고 덧붙였다.

    호남지역에서도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선주자로서 이 전 시장은 강한 자신감과 함께 책임감도 표시했다. 그는 "전북도민들이 열린우리당 의원이나 여권 후보보다 날 더 지지하는 이유가 뭘지 겸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지역최대 현안인) 새만금 사업이 10년, 20년 지나도 될 게 없으니 도민들이 '이거 안되겠다, 이명박이 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북지역 당직자들은 이 전 시장의 강연 중간중간 박수와 '그래, 맞아'라는 맞장구를 치며 화답했다.

    앞서 김완주 전북지사와 새만금 사업현장을 둘러본 이 전 시장은 "지역발전 뿐 아니라 국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경제논리로 해야한다"며 "용도계획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정치논리'로 진행될 경우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이 전 시장은 지적했다.

    구체적인 개발모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내가 대답하려면 계획용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치밀하게 다시 돼야한다"며 "그러나 김 지사에게 몇가지 지적한 바가 있고, 지사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새만금을 보고 오니, 새만금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제 금산사에서 가진 주지 원행스님과 환담 자리에서도 이 전 시장은 "정치인들이 그냥 보고 가는 것과는 다르다"며 "나는 일을 해본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원행스님은 "성지에 왔으니 기 많이 받고 나라 위해 큰 일을 해 달라"고 덕담했고, 이 전 시장은 "일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달라"고 답했다. 이때 사찰을 답사 중이던 역사교육학 전공 대학생들이 이 전 시장을 발견, 사인공세와 사진찍기 요구가 이어져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FTA 협상에 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한국 국민의 특별한 정서가 담긴 농업, 특히 쌀농사 부분에 대해 미국이 특별히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며 "서울시장 재임 때에도 미국에 이 문제에 충분한 이해를 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 등 여권 인사들의 연이은 단식농성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마지막 협상 단계이기 때문에 협상에 도움되는 표현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니 그런 것이라면 좋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도자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FTA협상 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라는 김 전 의장의 비난에는 "날 두고 한 얘기가 아닐 것"이라며 "비판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전북지역 방문에 이어 30일, 31일 이틀간 부산 지역을 방문해 '3월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김제·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