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네거티브 정치는 우리 사회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사회와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려면 포지티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정치권의 집중공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시장은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동(HIT) 대회의실에서 가진 특강에서 "정치에 들어와서 느끼는 것은 정치가 말에서 말로 끝나고 이뤄지는 게 없다. 서로 부정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긍정적 정치가 돼야 정치도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며 "그래야 진정한 선진 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3개월만에 재개한 특강정치에서 이 전 시장은 박태준 전 포철회장,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등 거물급 기업인의 최근 발언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 전 회장이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예로 들며 "그의 말에 동의한다"며 "6~7% 경제성장률은 지도자에 따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의 '이대로 가면 4~5년내 위기가 올 것'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나는 '이대로 가려는' 것이 아니고 새롭게 하려는 것"이라며 "과거 어려울 때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던 저력처럼, 나라에 긍정적인 힘을 만들어내자"고 역설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경제가 어렵다는 지적에 산업자원부 장관은 '너무 호들갑떤다'고 말하고, 교육문제에 대해 대학과 학부모들이 의견을 내니 교육부총리가 '안된다, 한치 양보도 없다'고 말한다"면서 "두 장관의 말은 전근대 시대, 과거 관 주도형 시대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율이 존중돼야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는 관여하고 주도하려 할 게 아니라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협상과 관련, 단식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는 데 대해 이 전 시장은 "각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니까…"라며 "끝까지 국익에 맞게 협상을 잘해야 한다"고 말해 '정치쇼'로 규정한 당 입장과는 다소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FTA협상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로 가는 양상이 있다는 지적에는 "이 문제는 국가발전의 경제논리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를 한나라당이냐 비한나라당이냐 하는 정치논리로 풀어가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논리로 풀어서 협상이 성공한 이후에도 이를 계기로 여러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국제관계센터 소장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북핵문제, 6자회담 문제 등 외교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전 시장은 "6자 회담이 핵문제 해결 뿐 아니라 북한을 개방시켜 북한 주민이 세계 실정을 알고 정권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국내에서는 미국이 북한이 기존에 만든 핵은 인정해 버리고 앞으로 새로 만드는 것만 못하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그레이엄 교수는 "핵무기를 오사마 빈 라덴에게 팔 가능성이 있는 정부가 있다면 북한이 가장 우선 순위"라며 "핵 보장제도(nuclear accountability)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