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7일자 사설 '대한민국 역사 속의 노무현 정부 몫'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동포 간담회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면 (대통령) 지지가 형편없다. 성공은 못한 거 같다. 나는 성공 못했으면 성공한 대통령은 누굴까 생각해 보면 모든 국민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해 주는 대통령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러나 2차대전 후 해방되고 건국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아마 최고 성공했을 것, 2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공한 나라”라고 했다.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식 때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불렀다. 작년 8·15 기념사에선 “해방 후 통합 노선이 좌절하면서 불행한 역사를 낳았다”고 했다. 거기 맞춰 대통령 곁의 측근, 이 정부의 두뇌 구실을 해온 좌파 학자들과 문화인들은 대한민국이 지난 60년 동안 걸어온 길이 분열과 기회주의의 역사라고 깎아내리면서, 대한민국의 반대편에 정통성을 부여하며 우리 역사가 가지 않았던 그 길을 아쉬워하곤 했다. 정부 산하 15개 과거사위원회가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써 가며 과거사를 헤집고 있는 것도 이런 역사관 때문이다.

    그랬던 대통령이 갑자기 2차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 대한민국이 최고로 성공한 나라, 2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공한 나라라고 치켜세우니 어리둥절해진다. 어쩌면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역사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대한민국 대통령들도 성공한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대통령 말대로 2차대전 후 140여 신생 독립국 중에 대한민국만큼 자유와 번영을 함께 이룬 나라는 없다.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벽돌을 쌓으며, 길을 닦으며, 공장을 지으며, 외침을 물리치며 시대를 앞당겨 오늘을 일궈낸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 시대에 합당한 그 시대의 과제에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했던 지난 대통령들에게 뒤늦게라도 반드시 정당한 평가를 부여해 왔다.

    노 대통령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져 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역할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훗날의 그런 평가를 기다리려면 지난 4년 내내 대한민국의 전체 역사를 바라보던 그 부정의 눈길부터 먼저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