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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양상훈 논설위원이 쓴 <'충청' 후보론' 대 손학규·정동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여권의 후보 경쟁도 이제 큰 윤곽이 그려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범(汎)여권에서 단일 후보가 나올 수 있다면 손학규 전 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지지도 8.2%로 범 여권 주자 중 단연 1위다.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내 1위이고, 정 전 총장은 여권 영입 1순위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선 같은 열린우리당 기반을 가진 정 전 의장을 넘어서야 하는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강금실, 한명숙씨 등 다른 사람들도 지금 시점에서 정 전 의장을 확실히 추월하지 못했다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에선 제외해야 할 것 같다.
손·정·정 세 사람 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여권 내의 충청도 후보론이 될 것이다.
지금 여권은 어려운 처지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으로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열세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옳든 그르든 지역 정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판을 뒤흔들 힘을 갖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권은 ‘호남+충청’ 지역 연대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호남+충청’ 대(對) 영남의 지역 구도만 성사되면 한나라당과 넉넉히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이후 충청 지역에서 패한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바꿔 말하면 충청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이겼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충청 출신 후보가 없다. 만약 여권에서 충청 출신 후보가 나오게 된다면 호남+충청의 지역 연대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손 전 지사 탈당 후 여론조사에서 탈당을 크게 환영한 지역은 호남과 충청밖에 없었다.
여권 후보군 세 사람 중 충청 출신은 정 전 서울대총장 뿐이다. 정 전 총장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충청도에 진 빚을 갚겠다”면서 ‘충청도’를 맴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에서 출생한 후보가 양대 정당의 후보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충청 출신 후보는 일단 부각되기만 하면 고향에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충청 후보론은 아직 이론에 그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지지도와 조직, 정치 경험이 취약하다. 정 전 총장은 여권 의원들에 의해 후보로 만들어져야 한다. 대통령 후보를 이렇게 인공적으로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대선을 한번이라도 치러본 사람들은 다 안다.
한국 최고 대학의 총장을 지냈다는 이력을 갖고서 인위적으로 지역 연대를 만들어 역사의 퇴행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끝까지 그에게 따라붙어 다닐 것이다. 충청 지역은 한 쪽에 몰표를 준 적이 없다.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역 연대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반론도 여권 내에 만만찮다. 충청 후보론의 이런 약점은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에겐 기회다.
세 사람 중 손 전 지사가 공직(公職) 경력에서 가장 앞서있다. 수도권의 지지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여권 내 장벽이다.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의 탈당을 환영한 사람들이 정작 손 전 지사가 여권 후보가 되는 것에는 반대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타격받는 것을 환영하는 것이지, 손 전 지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그렇다.
세 사람 중 현장 장악력이 가장 앞선 사람은 정 전 의장이다. 이념적으로 골수 지지층에 가장 호소력이 있는 사람도 그일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사람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고, 지지율 정체(停滯)로 막강했던 당내 조직도 이완된 상태다.
세 사람의 강·약점은 서로 얽혀 있다. 그러나 싸움의 양상을 하나로 요약한다면 “충청 후보여야 한다”는 쪽과 “그걸로는 안 된다”는 쪽의 대결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