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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인사차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찾았다. 11분간 두 사람 짧은 대화속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간극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문 실장이 당사 대표실로 들어오자 강 대표가 먼저 "축하드립니다. 중요한 시기에…"라며 악수를 청했으나 문 실장은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국정을 잘 마무리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첫 대면부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곧바로 문 실장은 "이제 여야가 없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니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국정운영에 협력해줄 것을 요구했고 강 대표는 "우리는 갑자기 맏며느리가 됐다. 총선을 통해 된게 아니라 이상하게 맏며느라가 돼 부담이다. 어쨌든 오셨으니까 국정 마무리 잘하고 특히 중요한 게 대선이니까 잘 관리해달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거론하며 "아쉬운 것은 지난번에 노 대통령 만나서 많은 의논하고 합의했는데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탈당하니까 열린당이 합의정신을 잘 안살린다. 지난 임시국회 때도 사학법이나 여러가지가 잘 안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문 실장은 "그런 부분은 조금 더…"라고 말을 흐린 뒤 곧바로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새로운 제안도 했는데 논의해봤냐"며 화제를 개헌으로 돌렸다.
강 대표는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 없어 나름대로 스케줄을 얘기했다. 18대 국회가 되면 특위를 만들어 논의하고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해도 나라가 시끄러울 테니 시대정신에 맞게 (개헌할 범위에 대해)다 놓고 논의하자. 지금 당에 대선후보가 5명이나 있는데 후보가 결정이 되면 그 후보와 당이 의논해서 하겠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구체적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처럼 강 대표가 개헌논의를 중간에 자르자 문 실장은 "그런 문제를 조금 정당들간 활발히 논의해 합의점을 이루면 그게 가장 원만하지 않겠느냐"며 재차 요구했고 강 대표는 "다른 정당도 금년에 개헌은 반대하고 있고 모여봤자 공방만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일축했다.
문 실장은 다시 화제를 돌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를 언급했다. 문 실장은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다고 봤다"고 말하자 강 대표는 "기조는 그대로 둔다"고 잘라 말한 뒤 "우리도 과거처럼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고 지난 여름 수해가 났을때는 우리가 먼저 인도적 지원을 하자고 했다"고 받아쳤다.그러면서 강 대표는 "이후에 미사일과 핵 문제가 터졌고 국익을 해치면서 까지 하지는 말자는 것이었고 우리 입장도 북한이 늘 우리의 적이라는 입장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실장은 "그 입장(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이야 다 같을 것이고 문제는 그때그때 마다의 구체적 접근방법의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이에 강 대표는 대뜸 "금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하느냐"고 물었고 문 실장은 "하하!"하고 웃은 뒤 "그런 논의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대표는 "이해찬 전 총리는 보낸 것이냐 알아서 간 것이냐"고 물었고 문 실장은 "당 차원에서 간 것이라 밝혔는데 공식적으로 밝힌 것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우리도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임기말에 갑자기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국가이익이 거기(남북정상회담)에 도매급으로 넘어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한나라당에 유리할지 열린당에 유리할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며 거듭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의혹을 나타냈고 문 실장은 "정치일정도 감안하고 남북관계도 진전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정상회담을)할 때는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동의얻어가면서 하려한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재차 "(남북정상회담은)국민 공감대를 이뤄가면서 하자"고 요구했고 문 실장은 "그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무거운 주제로 대화하던 두 사람은 잠시 화제를 돌려 농담을 주고 받았다. 강 대표가 먼저 "(문 실장이)공수부대 출신이란 얘기 듣고 깜짝 놀랐다. 수영도 잘하시고 물속에서도 강하시다고 들었다"고 하자 문 실장은 "원래 내가 부산출신이라… 한때는 대한적십자에서 하는 구조원도 한 적 있다"고 답했고 강 대표는 다시 "나는 대구출신이라서 물에 들어가면 전혀 뜨지 않는다"며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잠시 농담을 주고 받은 뒤 강 대표는 다시 "참여정부에서 하산(下山)은 없다"고 한 문 실장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그러자 문 실장은 "그 발언은 혹시 임기말 해이해질 수 있어 그것을 경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대표는 "대통령은 정상에 계신 분이니까 중간에 하산하고 내려오고 하는 것은 내가 봐도 맞지 않는다.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옛날에 한나라당이 대통령 중간에 내려오라 했다가 당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전혀 그럴 생각 없다. 끝까지 잘해달라"고 당부하며 대화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