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준비위(경준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준위는 지난 9일 '경선룰'의 최종합의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후보대리인을 배제한 채 표결을 했고 그 결과 '경선-7월, 선거인단-20만' '경선-9월, 선거인단-23만'란 복수안을 만들어 당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 공을 넘겼다.

    그러자 후보진영에서는 곧바로 불만이 쏟아졌다. 일단 경준위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가장 먼저 '경선불참'가능성을 시사했고 원희룡 고진화 의원도 경준위 활동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역시 위원장이 표결에 참여한 점을 들며 경준위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구태 정당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있다. 어떻게 이뤄 놓은 정당인데 구태한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경준위내에서도 활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해 경준위 활동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점차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 경준위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준위가 특정주자의 편을 들어 준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모양새는 특정주자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며 "그래서 활동을 마치고도 기분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20만과 23만의 선거인단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20만이나 23만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결국 시기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특정주자의 편을 들어준 것 같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시기'에 방점을 찍었다. 이 위원이 말한 특정주자가 이 전 시장이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 위원은 "처음에는 시기를 늦추자는 쪽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선거인단수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결국 늦어도 7월을 주장하던 이 전 시장의 입장을 경준위가 수용해줬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시기는 이 전 시장 입장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위원의 발언처럼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기'다.

    5명의 후보 가운데 이 전 시장만이 7월 경선을 선호할 뿐 나머지 4명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선거인단수가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7월과 9월 경선에 5대5 동수가 나온 점에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초 경준위는 9월 이후 경선을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크게 우세했다. 경준위원으로 활동하던 모 의원도 "거의 다수가 9월에 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투표결과는 7월과 9월이 각각 5표씩나왔다. 더구나 6월 경선에 선거인단 4만명인 현행대로 하자고 투표했던 정병국 의원이 이날 "결선투표를 실시했다면 본인은 당연히 7월안을 지지했을 것이고, 결과는 6대5로 7월안이 다수안이 됐을 것"이라며 자신의 투표결과를 뒤집자 당내에선 "경준위가 이 전 시장 손을 들어줬다"며 경준위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의원으로 분류된다.

    당 고위관계자는 "정병국 의원의 주장이 경준위가 이 전 시장 쪽이었다는 의혹에 더 힘을 실어준 격"이라며 "이렇게 되면 어느 후보가 경준위안을 따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또 김수한 위원장이 직접 표결에 참여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관련 김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관람석에 앉아서 구경하는게 위원장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경준위원들 중에도 위원장의 표결참석을 두고 "한쪽 편을 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위원장의 표결참여는 부적절했다"는 분위기다.

    구체적 경선룰에 대한 대상 없이 위원들이 각자 선호하는 경선룰을 적은 결과 '7월-20만'과 '9월-23만'안이 똑같이 나왔다는 경준위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준위의 모 위원은 "경준위에서 4개 안을 줬고 그 중에서 하나 선택하라고 해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위원들이 선호하는 경선안을 적어냈는데 우연히 일치했다"는 이사철 대변인의 브리핑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더 확전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준위로 부터 공을 넘겨받은 당 지도부의 고민도 크다. 두 개안중 어느 특정안을 선택하는데도 부담이 큰 모습이다. 이 문제로 강재섭 대표는 이날 두차례에 걸쳐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경준위가 제출한 두 개안에 대한 선택을 하지 못한 채 다시 경준위로 공을 던졌다.

    일단 경준위의 활동시한을 오는 18일까지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경준위 활동시한을 18일까지 연장하고 18일 이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경준위의 활동에)재연장은 없다"고 못박은 뒤 "경준위가 이 기간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해 경선시기와 방식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준위가 실시하게 될 여론조사 대상도 '7월-20만' '9월-23만' 뿐 아니라 새로운 안을 만들어 조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유 대변인은 "세부적인 것은 경준위가 결정하겠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두개안으로 여론조사 대상을 국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위원회에서 만든 안 중 어느쪽이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을지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경준위가 제시한 안을 두고 최고위원회가 결정할 경우 '집안잔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우려를 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소속 의원들은 경준위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조흥 의원은 "지금 경준위에서 마려한 두 안은 국민입장에서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슨 차이가 있다고 느끼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