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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지만 '냉랭한' 분위기만 연출했다. 최근 경선룰을 둘러싸고 각 진영에서 벌이고 있는 줄다리기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노총 61주년 기념식에 참석, 한 테이블에 동석한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은 악수를 나눈 것 외에는 별다른 대화나 눈길을 주고 받지않아 긴장감까지 감돌게 했다. 축사에서는 서로를 공격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양옆에 앉은 손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간간이 말을 건넸지만 단발에 그쳤으며, 박 전 대표는 굳게 입을 다문 채 행사에 집중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이 할 축사 내용을 메모지에 적어가며 정리할 뿐이었다. 이 전 시장이 몰려든 사진기자단을 보고 "(예비주자들끼리) 쳐다볼 때는 안찍고 (서로 돌아서) 안 쳐다볼 때 찍으려고 그런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예비주자간 싸늘한 기운을 바꿔놓지 못했다.
합계 70%대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한나라당 '빅3'의 신경전에 가렸지만, 한자리 수 지지율 수준인 여권 예비주자들 역시 양상은 비슷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사이에 앉아있던 정 전 의장은 이 전 시장에게 "나란히 앉으시게 제 자리를 비켜드릴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과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특히 손 전 지사는 축사를 통해 "지금 정치가 어둡고 실망스럽다고 하더라도 과거 권위주의 향수에 머물 수 없다. 과거 개발시대 경제발전의 논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작년에 이용득 위원장이 해외투자유치 설명회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보기 좋다. 바로 이런 것이다'는 생각을 했다"며 격려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말 한국노총이 사상 최초로 경찰없는 평화집회를 추진했던 점을 거론하며 "한국노총이 노동운동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가나다 순으로 축사를 하니 (먼저해서) 미안하기도 한데 해피하기도 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자신의 희망사항(?)을 말했으며, 정 전 의장은 이 전 시장이 먼저 자리를 뜬 것을 꼬집으려는 듯 "(언론에서) 5룡이 왔다가 한 용이 먼저 갔다고 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일정 때문에 먼저 이동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 손 전 지사 등 빅3 외에도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 이병석 김무성 한선교 유정복 배일도 안홍준 의원, 열린당 장영달 원내대표와 이상수 우원식 김형주 의원 등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국책자문위원회 대선필승 전진대회에도 나란히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