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감정싸움’을 중재하고자 마련됐던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간의 간담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폭탄 발언’까지 나오면서 오히려 경선룰을 둘러싼 대선주자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공동합의문’까지 마련하고 대선주자간 ‘화해’를 이끌어 내려했던 당 지도부는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전날 냉랭했던 대선주자 간담회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가라앉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회의 시작 전 의원들 사이에 의례적으로 오가던 농담도 이날은 ‘생략’됐다.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 참석 후 조금 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강재섭 대표는 전날 2012년 전환하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반대 입장만 간단하게 밝히는 것으로 회의 시작을 알렸다.

    대선주자 간담회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다른 당직자들과 달리 전여옥 최고위원은 ‘공동합의문’도 발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어제 한나라당 5명의 대선주자들이 만났지만 ‘공감’은 하는데 합의를 하지 못해 합의문 발표도 못했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암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평소 날선 비판을 쏟아 붓던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과 당 대선주자들을 비교하며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열린당은 (의원들이) 탈당하면서도 ‘(정권창출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한다. 나하나 썩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얼마나 희생적인 단어냐”며 “한나라당은 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희생정신이 없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검증과 또 다른 당내 (경선 관련) 여러 문제점에 대해 당을 믿고, 신뢰를 갖고 희생할 때 집권할 수 있다”며 “어제와 같은 모습은 국민들에게 ‘과연…’ ‘역시…’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겠느냐. 참으로 답답한 하루였다”고 개탄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같은 발언은 전날 간담회에서 “특정후보를 위한 들러리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며 경선 불참까지 시사한 손 전 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