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겁결에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 됐다. 3년 만에 다시 1등을 차지했는데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심기는 이전보다 더 불편해 보인다. 당장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신당을 만든다면 한나라당에 배정되는 국고보조금이 크게 줄어든다. 대선을 앞두고 돈 걱정부터 해야할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여권이 지금 분열됐지만 결국 대선 전 다시 통합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만 재정부담을 떠 안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한나라당이 탈당 의원들을 향해 "기획탈당" "뺑소니" "야반도주" 등의 원색적 용어로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 잔류 의원들도 탈당 의원들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선이나 정책이 맞지 않아 탈당했다면 (갈 곳은) 민주노동당이나 한나라당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한나라당 2중대라는 얘기 아니냐"며 탈당 의원들을 비꼬았다. 여권의 집안싸움 불똥이 뜬금없이 한나라당에 튄 것이다. 한나라당은 '남의 집 집안싸움에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전여옥 최고위원은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실장이 탈당 의원들을 '한나라당 2중대'라고 했다"며 "탈당 의원들은 마음 속으로 '우리는 열린당 2중대'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섭섭하겠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열린당의 탈법과 탈세행위로 제1당이 돼 씁쓸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제1당이 됐다 해도 한나라당은 2중대를 만들 힘도 없고 뜻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전 최고위원은 또 "정당정치를 인정해 정당의 이름을 갖고 국민의 표를 얻어 세비를 받았는데 탈당을 하려면 의원직을 내놓든지, 세비를 전부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탈당은)탈세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탈법과 탈선, 탈세로 얼룩진 열린당 탈당사태는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독일의 초대총리)비스마르크는 정치가 인격을 파괴한다고 했다. 이번에 보니 그들(탈당의원)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지, 그들의 진정성이 하룻밤 술자리의 객기어린 말보다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탈당 의원들에 대해 '열린당 2중대' '한나라당 2중대'라는 말이 나온다"며 "듣기 거북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탈당 명분이나 이유가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결국 탈당파가 만들 교섭단체는 '꼬마 열린당' '여당 2중대'가 될 수밖에 없고 노무현 상표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니 신장개업을 해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영락없이 무늬만 바꾼 열린당 2중대"라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