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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3명의 6일 집단 탈당은 철새 정치인들이 벌이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다. 노무현 정권 4년의 국정 파탄에 대해 책임을 함께져야 할 주역들이 제 살길을 찾기 위해 3년3개월 전에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집권당에서 뛰쳐나감으로써 민주주의의 대의(大義) 중 하나인 책임정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다. 책임정치를 희화화하고 자신들을 뽑아준 민의를 배신한 것만으로도 정치적 패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탈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내 잔존 세력과 ‘통합 신당’을 기획하고 있음을 공개리에 내세우고 있는 대목부터 그렇다. 타락정치의 극치다. 한 탈당 의원은 “이별은 했지만 대통합의 씨앗은 뿌려졌다”며 탈당이 신당 창당을 위한 교두보 확보용 ‘기획 연출’임을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정동영 전 당의장은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탈당 의원들과 잔존 세력 공히 12·19 대선을 앞두고 ‘대분열→대통합→대역전’이라는 정치공학 드라마를 연출하려는 대하 기획에 따라 지금 저처럼 위장극을 벌이는 것이다.
대분열 과정을 통해 노 대통령과 ‘노무현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대통합 과정에서 다른 정당을 만들어 신장개업 효과를 극대화할 속셈으로 비친다. 설령 대통합을 통한 단일 신당 창당이 어려워진다해도 대선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면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임을 탈당파 잔류파 모두 숨기지 않고 있다. 국정 파탄에 대해 공동으로 연대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들이 정치적 도리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저버리고 또다시 국민을 호도하려는 ‘정치 연극’을 벌이는 행태가 개탄스럽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 또 여당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6일에도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는 당을 깨고 새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정치평론’을 개진했다. “개문발차(開門發車)하고 가다가 언제든 손님이 있으면 태우는 것”이라며 외부 인사 영입론으로 거들기까지 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여당의 사실상 분당으로 인한 정치 황폐화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개헌안 발의 계획은 변함없음을 분명히했다. 그 독선, 그 아집 그대로 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개헌안 발의 의사를 접지 않는다면 정국의 소용돌이는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탈당 연극으로 국민의 판단력을 또 흐리게 하려는 여당과 그런 행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 때문에 노 대통령의 남은 1년이 더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