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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이 잠수함이나 함정에서 발사하는 사거리 25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또는 배치 중이라는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나왔다. 작년 7월 시험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하니 군사력 증강에 대한 북의 집착이 새삼 놀랍다. 내일 6자회담이 재개되지만 북은 ‘선군(先軍)의 고삐’를 더 당기고 있는 것이다.
북은 어제도 선군혁명선구자대회에서 “군사는 국사(國事) 중의 제일국사”라며 “핵 억제력이 있다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핵실험까지 하고서도 ‘선군’만큼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북은 이번 6자회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이미 떨어진 영변 핵시설의 동결을 수용하는 대신 에너지를 비롯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지원을 얻어내 결국 선군 강화에 쓴다.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안보의지를 의심케 하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그제는 군 복무기간 단축과 유급지원병제를 통해 ‘군에서 썩지 않고 2년 빨리 일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책의 적실성도 의심스럽지만 안보 문제를 ‘2년 빨리 일하고,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후군(後軍) 발상’이다.
국민개병제는 전 국민의 국방의식 고취와 함께 군 인력비용 절감이 최대 장점이다. 이 정부에서 대통령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예비역 중장은 “첨단 전략비용 확보를 위해 인력비용을 줄이는 게 군의 숙원이었지만 이 정부는 개병제의 장점을 버리고 돈으로 안보를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연구소도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117만 명에 이르는 북의 병력을 감안할 때 ‘군축 없는 감축’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안으로는 안보를 걱정하는 향군(鄕軍)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밖으로는 주한미군의 발을 묶으면서 북의 ‘선군’에 ‘후군’으로 화답하는 이 정부에 4800만 국민이 생명과 재산을 맡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