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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두고 한나라당이 진통을 겪고있다. 참정치운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가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는 고진화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면서 '정체성'시비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전됐다.
유 교수의 주장을 전여옥 최고위원과 김용갑 의원이 거들자 원희룡 의원이 정체성 시비에 가세했고 불똥은 대선 예비주자에게까지 튀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은 논란에 휘말리기 싫은 눈치다. 그러나 두 예비후보와 함께 당내 경선에 참여한 원 의원이 '끝장토론'을 제안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당의 대통령 후보선출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6일 라디오에 출연해 "낡은 것이 새 것을 내쫓으려 하는 것은 한심하다"며 원희룡·고진화 의원을 두둔했다. '정체성'을 둘러싼 각 후보의 입장표명이 불가피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의 대선 예비후보 5명 중 3명이 '정체성'논란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 최고위원은 당의 대선후보가 되려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재중 탈북자문제 실태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대선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나는 누구인지'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은지'를 밝힌다"며 당의 대선주자에게 '정체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후보"라며 "후보는 '내가 누구인지' 정체를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정체성은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색깔론은 더더욱 아니다"며 "자신을 공천해준 당과 선출해준 국민에게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신의를 지켰는지, 공천을 준 당에 제몫을 했는지, 공천을 받으려 할때 했던 자신에 대한 소개와 호소만큼 제대로 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되고자 하는 만큼 자신이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 토론회에는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용갑 의원이 맨 앞자리에 앉았다. 토론회 주제가 '탈북문제'였음에도 이날 토론자들 입에선 김 의원의 실명이 거론됐다. 유호열 교수(고려대 북한학과)는 "한나라당의 후보 지지도나 당 지지율은 높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 지지는 지금의 한나라당 후보와 당에 대한 지지라고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정체성 문제가 제기됐고 명확한 답변도 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김 의원을 거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 의원을 잘 모르는데 극우인사라고 한다. 그러나 우익이나 보수는 맞는데 김 의원이 극우는 아니다. 극우는 테러집단에 가까운 우익세력을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우익세력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보수로 자처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가장 오른쪽으로 보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이어 "보수를 대변하는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보수를 대변하고 발전시키려는 정당이라면 정체성이 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다시 전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 최고위원도 김 의원을 거명하며 한 신문의 칼럼과 자당 소속 의원이 밝힌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를 국회의원 시키려 할 때 목숨을 걸고 안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또 한나라당의 이진구 의원은 자신이 군대갔을 때 배가 많이 고팠는데 어떤 소대장이 부임하면서 식사가 좋아지고 군대가 깨끗해졌다고 말하면서 그 소대장을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최고위원은 "두 가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바로 김용갑 의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에 극좌는 있어도 극우는 없다. 우익세력은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오해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분들이 한나라당에 있어야 국민이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체성'을 둘러싼 이런 당의 논란이 자칫 당내 분열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일부 주요당직자들은 끝장토론을 제안한 원 의원에게 "그만하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논란이 너무 커져버린 버린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