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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피해자는 만나주면서 왜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은 만나주지 않느냐”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성룡씨가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한 말이다.
5일 한나라당이 주최한 납북자·국군포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최씨는 탈북 했다가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씨 가족과 납북어부 최욱일씨 가족 등과 함께 한명숙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인혁당 피해자는 직접 불러 만나더라. 만나는 사람도 선별한다”고 분개했다. 정부가 납북자·국군포로 및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납북자·국군포로 가족을 초청해 납북자 및 국군포로 국내입국 과정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짚어보는 토론회 ‘우리는 그들을 잊었나’를 개최했다. 국군포로 가족 강제 북송 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중국 선양을 방문하기도 했던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2월 국회 첫날 열린 이번 토론회는 ‘여론몰이’ 차원이다.
최씨는 “왜 북한에 그렇게 퍼주면서 생사 확인 요청도 못하느냐”며 “북한에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확인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한 한만택씨의 며느리 심정옥씨 등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은 최씨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4시간 납북자와 국군포로 구출을 위해 ‘노가다’로 일하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 북한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며 “(북한에 핍박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증거를 제출하고 사람을 빼내와도 정부는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담화문이나 성명이라도 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정부가 구해오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 가족이 구해 오는 것 가지고도 문제를 만드느냐고 하느냐”며 납북자·국군포로 관련 시민단체들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군포로 가족 북송 사건을 보도한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는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남측 가족들이 정부에 대해 품고 있는 원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정부가 사전에 여러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한 탈북자와 통화한 내용을 직접 들려주면서 탈북자들 사이에서 남한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남한에 오고 싶다는 탈북자에게 백 기자가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자 그 탈북자는 “이전에 청도에 있는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안됐다.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안된다”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 변호사는 “난민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강제송환금지원칙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난민지위의 인정이 중요하다”며 “난민지위가 인정된다면 난민협약 제33조 규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탈주민들의 접근이 많은 대사관 또는 영사관을 중심으로 전담부서를 마련하는 법령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전담부서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비판에 외교통상부 김재신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반드시 피해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으며 국방부 문성묵 국군포로대책반 반장도 “정부 일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