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경선논의가 시작됨에 따라 소속의원들의 '커밍아웃'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립을 견지해오던 인사들과 당내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 소속의원들의 합류 등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으로의 이동이 활발하다.

    이 전 시장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의원들이 슬슬 입장을 표명하거나 합류가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당내 불교통으로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측과 치열한 영입전을 펼쳐왔던 주호영 의원이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중립을 유지해오던 의원들이 속속 이 전 시장 캠프로 합류했다. 주 의원은 오는 5일 월요일부터 캠프로 출근한다.

    기획전략가로 잘 알려진 수요모임 소속 박형준 의원도 경선준비위에 이 전 시장측 대리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박 의원과 함께 소장파로 분류되는 이성권 의원도 이 전 시장 캠프 합류를 결정했다. 이 의원은 이 전 시장측 대변인을 맡거나, 공보특보로 역할할 예정이다. 또 당 수석정조위원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역시 이달부터 이 전 시장측 경제정책특보로 역할키로 했다.

    최근 이 전 시장의 지방방문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각 지역 의원들의 동행이 부쩍 늘어났는 점이 그것이다. 경남의 모 의원은 동행기자단을 위해 지역사무실을 사용하도록 배려(?)하는가 하면, 경북의 모 의원은 이 전 시장을 수행하면서 기자들에게 은근슬쩍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뉘앙스를 전하기도 했다. 한 초선의원은 "중립이라고 하던 의원들은 사실상 '반박'성향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역별 지지선언도 점점 노골적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재개한 이 전 시장의 지역방문에 동행하는 의원들도 부쩍 늘었다. 대구 북을이 지역구인 안택수 의원은 1일 "박 전 대표에게 있는 대구의 당심을 50대 50으로 만들겠다"며 이 전 시장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당원들의 7%정도만 이 전 시장으로 옮기게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대구경북지역 총책임역을 자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전 시장의 대구방문 일정에는 안 의원과 김석준 의원(달서 병)이 계속 동행했다.

    부산의 안경률 의원(해운대·기장 을)은 지난달 당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시대를 대변할 인물"이라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23일 이 전 시장의 부산일정에는 안 의원과 정의화 의원(중·동)이 함께 했다. 이 외에도 김희정 이재웅 박승환 의원 등 부산지역 의원들이 이 전 시장 지지성향으로 분류된다.

    이같은 의원들의 '커밍아웃'에 대해 이 전 시장 쪽으로 합류를 결정한 한 의원은 "판단 시점의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이 의원은 "경선준비위가 활동에 들어가고 사실상 경선이 진행되면 현역의원이나 당원협의회위원장들은 대의원, 당원들로부터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받게 된다"며 "그럴 경우 간접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수동적인 입장이 되지않느냐"고 했다. 그는 "오히려 정치철학이나 방향이 맞다면 일찍부터 본격적으로 돕는 것이 능동적"이라며 "어떤 경우를 선택하든 그 정치인의 스타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측 캠프 구성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의원들의 합류 외에도 당 대변인 실장을 지낸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 경윤호 전 경기도공보관이 캠프에 가세해 각각 기획, 조직 파트를 담당한다. 또 지난달 말 수요모임 윤석대 전 사무처장도 사직서를 내고 안국포럼 기존 멤버와 함께 이 전 시장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