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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장 송기정)의 긴급조치 위반 판결 판사 명단 공개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심경이 복잡해 보인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인민재판식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지만 무조건 반대할 경우 자칫 ‘수구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덮어 놓고 과거를 옹호하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31일 과거사위 판사 명단 공개를 성토하는 동시에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책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미 이런 것들(긴급조치 위반 판결)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구제해 주는 법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 법안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주호영 의원은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긴급조치 위반 판결 무효화’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일괄 구제 해 주는 법을 만들었을 때의 부작용도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과거사위 판사 명단 공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사브리핑에서 “과거사위는 학문적으로 사심 없이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 아닌 주류 세력 교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슬로건에 복무하기 위해 조직됐다”며 “과거사위 활동이 오히려 화해에 역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위 인적 구성의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한 뒤 “아무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주장해 봐야 설득력이 없다. 과거사에 대한 진실 규명은 허울뿐이고 한풀이식 마녀사냥만 횡행할 뿐이다”며 “역사를 쟁기질해서 갈아엎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과거사를 규명하고 이를 해석하는 것은 역사학자들의 몫이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라며 “당시 사건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