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은 역사에 기록되고 화해하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그렇게(긴급조치 위반 판결 판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도 역사는 진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3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장 송기정)의 긴급조치 위반 판결 판사 명단 공개 방침에 이같이 말했다.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네 차례나 투옥됐던 ‘긴급조치 피해자’ 이 최고위원은 과거사위의 명단공개가 ‘진실 규명과 화해’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충고’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긴급조치 위반으로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한 마다 하겠다”고 말문을 연 이 최고위원은 “과거 다 아는 사실을 갖고 명단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화해를 위해 바른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역사는 진실을 다 기록하고 있다”며 과거사위 판사 실명 공개를 반대했다.

    그는 “정치는 반대자와 함께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로 국내·외 사정이 엄혹한데 노무현 정권이 지난 정치적 사정을 되살려 국민들 편을 가르려고 한다든지, 현재의 어느 정치적 입장을 매도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과거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닌 화해에 무게를 둬야 한다. 지난 날 것을 공개한다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이어 “마치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덮어 놓고 과거를 옹호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도 안되지만 이번 명단 공개가 자칫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판결문에 적힌 이름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데 이를 과거사위가 폭로식으로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거사를 들쑤시고 분열 획책하는 것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실을 밝혔으면 화해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과거사위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과거사위가 노무현 정권 초반에 했던 것처럼 국민을 양분시키려 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정부 소속 9개 과거사위 위원 49.4%, 직원 55%가 좌파, 운동권, 진보성향이다. 특히 판사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한 위원회 직원 중 자체 채용한 직원 54명(총 84명)이 진보성향이라고 한다”며 “편향적이고 왜곡된 입장에서 과거를 보라고 과거사위를 만든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해 당사자간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과거사 들춰내기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이념 편향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