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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잠룡' 원희룡 의원이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 그의 유일한 지원세력이라 할 수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조차도 원 의원의 출마를 두고 이견이 커 향후 대권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 의원도 모임의 이런 분위기는 예상하고 있던 모습이다.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스스로도 "지지를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고 말했다. 현재로선 20명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원 의원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긴 힘든 모양새다.
이들은 겉으론 "많은 후보가 출마하면 당으로선 좋다"고 말하지만 출마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15일 회의를 통해 모임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지만 원 의원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능하면 17일 출마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후발주자에 지원세력 조차 없는 최악의 조건에서 원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에선 출마 명분이 약하고 현재 뛰고 있는 대선주자와의 차별화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 의원은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된 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함께 정치를 시작했는데 오 시장이 상대적으로 먼저 앞질러 간 것 같아 배아프지 않느냐'고 묻자 "성을 쌓는 자는 망하는 시대이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하는 시대"라고 답했다.
그는 "자기 성을 쌓는 행보를 한다면 넓게 뚫린 길 때문에 성이 작아 보일 것이다. 우리는 길을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성을 쌓아서 틀에 안주하고 (의원)선수가 쌓이고 내가 확보한 국회의원이 많아서 대통령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고 역설했다. 1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도 원 의원은 현재의 대선국면을 "당의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반면 여당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큰 잔치가 벌어질 것 같아 성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유했다.
그는 "성안에서 온갖 잔치객들과 일꾼들을 모으고 있다. 그것도 좋지만 성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광야에 있고 그 광야에서 막힌 곳은 뚫고 입이 있어도 소리지르지 못하는 서민들이 소리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원 의원은 '독자행보'를 택했다. '소장파의 리더'란 꼬리표로 인해 적잖은 부담도 갖고 있다. 원 의원의 성공여부에 따라 원 의원 개인은 물론 소장파의 향후 당내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수요모임 의원들도 바로 이런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단순히 원 의원 개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위험부담이 큰 게임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원 의원 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선택하려는 이유 역시 이런 이유로 읽힌다.
하지만 원 의원의 생각은 이들과 크게 다르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부족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손 지사 본인이 당의 변화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 고비마다 역할을 해줘야 대중들에게 확인이 되고 (지지그룹이)만들어 지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지식인들이나 전문가들은 (손 전 지사의)노선을 잘 알고 있지만 대중적인 메시지 전달 역할은 약했고 소극적이었다. 아쉽다"고 했다.
손 전 지사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을 갖고 있지만 보다 많은 '중도개혁'세력을 흡수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더 다양한 노선의 폭을 갖고 원희룡 노선도 언제든 당의 중심노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경쟁해야 본선경쟁력도 생긴다"며 "그래야만 박근혜·이명박의 집권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보수세력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보수세력이 '반한나라당'을 구성한다면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연합세력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손 전 지사를)1년 가까이 지켜봐왔는데 경쟁적 협력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가 개혁세력을 대변하는데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원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확보하고 있는 지지율을 나눠먹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자신에게 쏠릴 수 있는 지지층이 분명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실제 지난 10월 초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 의원은 친밀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인으로 꼽혔다. 아직 인지도는 크게 부족하지만 친밀도는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장관 등 보다 높았다.무엇보다 출마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원 의원이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대상에 포함됐고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원 의원이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도 "워낙 변수가 많아 원 의원도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 된 내용을 들고 시기만 잘 맞는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만일 실패하더라도 '행동은 없고 비판만 한다'는 지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의원도 "특정인을 지지하다 비판하는 그런 시행착오는 하지 않으려 한다. 노선과 방법론에 있어 확실히 검증되지 않고 공유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일단 의지하고 지지했다가 실제 겪어보니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비판하고 돌아서는 그런 모습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지지할 사람이 없으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독자노선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요모임내에서도 독자후보를 내는 것이 소장파의 향후 정치행보에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는 모임내 상당수 의원들의 공감을 하고 있다. 다만 어떤 방법과 전략을 통해 당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사이에 두고 고민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손 전 지사가 좀더 쉽고 빠른 길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원 의원의 출마로 장기간 빅3간의 지루한 대권게임을 벌여오던 한나라당의 대권경쟁은 더 큰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개혁적'인 성향의 원 의원 출마로 당이 지지세력을 넓히고 외연을 확대하는데도 상당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원 의원이 빅3가 이미 쳐놓은 견고한 벽을 뚫고 현 대권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