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26 재·보선에서 마산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정계복귀를 시도하려다 공천받지 못해 탈당한 강삼재 전 사무총장이 다시 주목받고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강 전 총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한나라당은 강 전 총장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강 전 총장은 안기부 비자금 사건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5선 중진 의원이다. 강 전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 전 대통령 시절 19개월 간 당의 최장수 사무총장을 맡으며 경남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현재 한나라당의 경남지역 의원 누구보다 강한 조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정가엔 열린당 김혁규 의원과 강 전 총장의 '밀월설'이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선 '김 의원과 강 전 총장이 만나 한 배를 타는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주고받았다'는 설이 파다하다. 강 전 총장의 한 측근도 "김혁규 의원쪽에서 여러차례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런 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총장에게 제안할 구체적인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총장과 정치를 같이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본인 의사를 잘 몰라서 의견을 얘기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6개월 전에도 강 전 총장과 연락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강 전 총장이 정계복귀를 준비하던 때이며 7·26 재·보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김 의원이 강 전 총장과의 밀월설을 부인했지만 두 사람이 조만간 접촉할 것이란 점에 정치권은 향후 진행될 정계개편을 앞두고 두 사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남에서 튼튼한 조직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걸어갈 방향에 따라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열린당내에선 '영남후보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영남후보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과도 맞물리고 있고 이미 지난 5·31지방선거 전부터 구체화 작업이 진행돼왔다는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지방선거전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발언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사석에서 '영남후보론'을 언급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영남후보론'에 힘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 의원.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남도지사까지 지내는 등 능력면에서 검증된 인물이란 평을 받는다. 김 의원은 열린당에 둥지를 튼 이후 매번 총리후보 1순위에 올랐고 노 대통령과 잦은 독대를 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얻고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총장과 김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이 많은 관심을 쏟고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두 사람의 만남에 적잖은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다. 한 핵심당직자는 "강 전 총장은 경남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라며 "한나라당의 경남조직이 거의 무너진 상황에서 강 전 총장이 여권에 힘을 보탤 경우 대선을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에선 경남지역의 조직관리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경남의 경우 대구·경북과 달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강 전 총장의 이런 움직임이 한나라당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당직자는 "강 전 총장은 경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자당 시절부터 갖고 있는 조직이 매우 단단하고 이 중 YS조직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누구보다 파워가 있는 사람"이라며 "지난 보궐선거 공천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조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총장은 한나라당이 가장 잘 나가던 시절 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다. 무려 19개월이란 기간 당 사무총장을 맡았고 15대 총선에선 강 전 총장이 김 의원의 공천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 한나라당에 오래 몸담았던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3차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의원의 공천 역시 강 전 총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김 의원도 "개인적으로 강 의원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친분관계는 매우 두텁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강삼재 의원에게는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이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내내 "강 의원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몸을 담고 있을 당시에도 공식회의석상에서 강 전 총장을 거론하며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강 전 총장은 지난 6월 30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다시 시작하겠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며 역할이 생기면 고민하겠다"고 말해 정치활동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