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세계 전략을 담당했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세계의 군사대국들, 경제강국들, 최대 인구의 국가들과 에너지의 최대 소비자들이 있는 곳이 아시아이다. 세계의 전략적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미·중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미·중·인도, 한·일·ASEAN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2006. 10. 4, 조선일보)

    이와 같은 아미티지 전 부장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외교환경은 앞으로 우리가 외교력의 증대를 소홀히 할 경우 눈앞에 다가온 아시아 시대의 대열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새로운 시대 변화를 맞이하여 미국과 중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상호 협력과 견제를 위한 다양한 합종연횡이 모색되고 있다.

    새로운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자국에 유리한 협력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중국과 ASEAN 사이의 다자협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 ASEAN 개별국가 사이의 양자협력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타 국가들의 전략적 대응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무현 정부의 외교는 점차 아시아 외교무대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미국, 일본과의 전통적 협력관계의 약화에 따라 핵심 당사자가 되어야 할 남북문제조차 배제되고 있고 주변국에 비해 취약한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으로 인해 ASEAN 국가들과의 협력도 지지부진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생존과 운명에 관한 문제조차 배제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 우리에게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외교환경의 변화 속에서 생존을 보장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전략의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첫째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경제외교에 주력해야 한다. 각국의 치열한 국익추구 경쟁 속에서 경제외교의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대내적으로 건강한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보유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대외적인 경제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양자간 또는 다자간 경제협력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지역협력의 형성과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현재 진행중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원만한 타결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의 중간자적 입장을 십분 활용하여 한중일자유무역협정의 형성을 향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외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자본, 자원, 기술, 환경협력에서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안보환경의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과도한 자주노선을 조속히 극복하고 붕괴된 한미동맹을 회복해야 한다. 자주(自主)와 동맹(同盟)은 서로 보완적인 개념이다. 고도로 상호의존적이며 세계화된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 외교의 비전을 자주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뿐이다. 동맹 또한 절대 선(善)은 아니지만 우리의 역량과 비전을 생각해 볼 때 동맹을 대체할 만한 어떠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 한미동맹의 회복을 통해 북한 핵실험에 따라 북한 우위로 변화된 남북간 군사력 불균형을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변국과의 평화공존이라는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비하여 주변 강대국과의 안보협력을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로 보아 향후 일정 기간 동안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따라서 다자간 대화에 적극 참여는 하되 다자간 안보협력에 대한 과도한 주장과 역할은 자제해야 한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환경의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분단의 시작부터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상적 발상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통일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와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빨리 감상적 자주노선을 청산하고 통일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좌파정권의 과도한 자주노선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상실, 북한의 체제 강화를 위한 비정상적 조치, 동북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 등과 같은 대내외적 환경은 통일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한민족 역량의 증대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외교와 교포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21세기는 이미지 전쟁의 시대이다. 국민의 국제감각이 점차 국가의 외교력을 좌우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를 초월하여 나타나고 있는 마약, 테러, 환경문제 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역할 증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민족의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

    또한 700만 명에 달하는 해외교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교포사회의 주류는 점차 거주국의 문화와 언어에 능통한 이민 2, 3세대로 교체되면서 거주국의 주류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교포는 민간 외교관이자 경제의 세일즈맨이며 문화의 홍보요원으로서 우리의 커다란 자산이다. 이들을 국내에서 배출된 인적자원과 더불어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의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와 무역규모에서 세계 11∼12위를 자랑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통일 한국은 장차 인구규모 11위,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를 자랑하는 강국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며 국제적 위상도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개도국과의 외교영역을 넓혀 나가며, 각종 국제기구에 활발한 참여를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는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주권과 영토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가이익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모든 노력을 포함한다. 좌파정부 10년 동안의 자주외교가 나라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에서도 민간 차원의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외교의 존재를 인식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제 우리 국민은 내년의 선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외교도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