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9일 사설 <4년 내내 "대통령 그만둔다"는 대통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28일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뿐이다. 당적을 포기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회 표결을 거부하고 방해하는 것은 부당한 횡포다. 그런데 대통령이 (횡포에) 굴복해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취임 석 달 만인 2003년 5월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고, 그해 10월엔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2004년 3월엔 총선결과와 재신임을 연계하겠다고 했고 6월엔 “행정수도에 진퇴를 걸겠다”고 했다. 2005년 7, 8월엔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 “고이즈미 총리가 자리 걸고 승부수 던지는 게 부럽다” 등등 대통령직을 내놓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통령을 그만두겠다고 해왔다. 아무리 작은 회사 사장의 책임감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능력과 재능이야 하늘이 내린 것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해도 책임감이란 마음을 닦고 정성을 다하는 후천적 노력의 산물이다. 대통령에게 성의를 다한다는 마음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새삼스럽게 말할 일도 아니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조사(9.9%·한길리서치 18일)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힘의 원천은 내 사람을 아무 자리에나 앉힐 수 있는 법률적 임명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같은 권력을 국민의 뜻에 따라 행사하는 민주적 리더십에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위헌적 편법을 쓴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뒤늦게라도 임명을 철회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걸 부당한 횡포에 굴복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은 국가의 불행을 부른다. 무능해도 문제고 무책임해도 문제지만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