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문학은 없다’

    문학박사이자 소설가인 이호림씨가 한국문학사의 큰 흐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친일문학은 없다’(한강출판사)라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는 그간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한 민족사관을 근거로 해서 쓰여져온 한국문학사가 노정시켜온 부정성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족사관을 근거로 한 한국문학사의 기술이 한국문학의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타성과 경직성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민족사관을 근거로 한 지금까지의 한국문학사의 물줄기에 저자는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우선 한국문학사의 배타성을 지적한다. 한국문학의 정체성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정체성에 삽입해 오지 못하는 문학은 괄호 쳐 버리고 마는 무책임한 행태를 저질러 왔다고 말한다. 이것이 결국 주류와 비주류라는 이상한 이분법을 만들어냈고 세계문학의 다양한 흐름과의 대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저자는 나름의 깊은 고민을 쏟아낸다. 저자는 외국의 유명작가에게 한국문학을 접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접해 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는게 통상적인데, 이것이 우리 문학의 배타성이 역풍이 돼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고민한다.

    이같은 고민을 풀기 위해 저자는 그간의 한국문학사가 노정시켜 온 부정성, 즉 배타성과 경직성을 좀 완화해 보자는 시도로, 식민지 근대화론에 근거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소위 ‘주류’인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한 민족사관적 한국문학사의 흐름을 대체하는 대안이 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고 있지만 유용한 도구인 것만을 틀림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할 때 자칫 친일문학과 한국문학사가 지닌 인민성이란 지점에서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는 내보이면서도, 친일문학에 대한 한국문학사의 입장이 좀더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민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한국문학사는 대단히 위험하게 구성돼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인데, 인민성은 한국문학사가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뛰어넘는 순간, 한국문학은 세계적인 문학으로 우뚝서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화와 구인회 문학’ ‘김유정 소설의 영화적 독해는 가능한가’ ‘식민지 근대화론과 모더니즘 문학’ ‘1930년대 대중소설의 이해’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호림씨의 ‘친일문학은 없다’는 평론집은 저자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여기저기 엿보이고 있다. 저자 이호림씨는 지난 95년 소설 ‘작가세계’로 등단해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소속돼 있으며, 인터넷신문 뉴데일리에서 '자유야'라는 필명으로 시민논설위원으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문학공간상 평론 부문 우수상과 성균관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 및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설 ‘그믐달을 베고 눕다’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등이 있다. (‘친일문학은 없다’/2006.11.17발행/한강출판사/287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