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7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재정 절대불가'란 입장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청문회 시작부터 이 내정자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 내정자에 대해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부분은 셀 수 없이 많다. 먼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구속된 점 ▲16대 국회의원 시절 이 내정자가 송두율씨를 "북측의 공작에 이용당한 사람"이라며 동정한 점 ▲북한의 핵이용 보장을 건의하고 북핵실험 이후에도 대북지원을 강변한 점 ▲인사청문회 이틀 전인 15일 강연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 한 점 등이다.  ·

    한나라당내 강경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용갑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내정자에게 이런 모든 부분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먼저 "이 내정자의 모든 자료를 검토해보니 '과연 이재정 내정자의 국가관, 통일관, 이념, 사상, 안보관, 대북관, 대미관이 우리 생각으로는 상당히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 내정자에게 '친북적'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은 별 의미가 없다. 문제는 이 내정자가 북한의 입장을 많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내정자가 대한민국의 통일문제를 책임질 때 국민의 걱정은 태산같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의한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면질의를 통해 이 내정자의 통일관을 물었더니 '경제력과 무력경쟁에서 북한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했는데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어떻게 상대가 안된다는 거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 내정자가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모아나가겠다고 하고 지향하는 통일의 방법은 평화통일이라고 했는데 어디하나 통일의 목표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내정자가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틀 안에서…"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왜 말을 빙빙 돌리냐. 현실성도 없고 환상적인 통일관이다"며 "통일을 미룰 수 없다고 했는데 통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고 재차 따졌다.

    김 의원은 이어 '송두율씨 옹호'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 내정자는 송두율씨에 대해 간첩인데도 불구하고 애정을 많이 가진 얘기를 했다. 전향한 전 북한 공작원 김남식(2005년 사망. 한국전쟁 때 월북해 63년 남파됐다가 전향)씨에 대해서도 '민족통일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조문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내정자는 "빈소에서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그 분은 간첩활동을 한 사람이고 기고 등을 통해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했고 북한 입장에서 많이 활동한 사람"이라며 "이 내정자에게 서면질의로 '선군정치에 대한 견해가 뭐냐'고 물었더니 김남식씨가 얘기한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답했다. 선군정치를 지지한다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이 내정자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자 김 의원은 "답변이 그렇지 않느냐. 똑같은 논조로 답했다. 그래도 아니라는 거냐. 그런 견해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내정자의 '대미관'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 내정자의 15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2006 영어권 차세대포럼' 강연 당시 발언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틀 후에 청문회가 있는데 그 자리에서 '부시 미 행정부는 북의 체제 붕괴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 사실관계도 틀렸고 이런 대미관계를 갖고 한미관계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따졌다. "적절히 해나가겠다"고 이 내정자가 답하자 김 의원은 "왜 청문회 이틀 전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느냐"고 재차 따졌다.

    그러자 이 내정자는 "그 점은 참… 주저하고 취소도하려고 했는데 워낙 수개월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면 다른 내용으로 바꾸든지, 평소에 그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에요. '바꾸려고 하다가 그랬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내정자의 불법대선자금 수수 문제를 꼬집었고 전시작전통제권 관련한 이 내정자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 등을 계속 문제삼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잠시 멈칫거렸다. 질의해야 할 부분에 대한 자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준비한 다량의 자료를 뒤적거리며 "지금 (지적할 게)너무 많네 참…"이라며 멋쩍은 듯한 표정을 연출했다. 같은 당 고흥길 의원은 이 내정자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이 내정자는 "박 대통령은 4·19혁명 이후 군사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고 18년 동안 재임하면서 상당한 부분의 경제적 발전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당초 질의하고자 했던 요지는 김일성에 대한 평가를 묻기 위함이었다"며 "이 내정자에게 서면질의를 통해 김일성에 대한 평가를 물었더니 '역사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아직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말한 뒤 "김일성에 대해 과거사 정리가 아직 안됐다는 얘기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일에 대한 평가를 물었더니 '현재 북을 통치하는 통치권자로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물론 통일부 장관 내정자이지만 과거사가 정리안됐다는 부분은…"이라고 지적했다. 이 내정자는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견해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고 고 의원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내정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내정자의 이념에 대해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이 내정자의 이런 발언을 지적하며 "김일성에 대해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했는데 역사학자는 '역사가 평가한다'는 말을 안한다. 그런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다. 이는 대답을 회피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