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로운 일요일(11월12일) 오후 강원도 강촌 검문소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일요일 아침에 산불비상근무를 위해 춘천국유림관리소로 출근하면서 햇볕은 뜨겁고 하늘에 구름한점 없는 너무나 맑은 날씨에 내심 산불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막바지 가을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 등산객에게는 참 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산을 보호하는 곳에서 일하는 직업적인 특성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전 근무를 무사히 마쳤는데 점심을 먹자마자 산불 발생 신고가 접수되었다. 강촌 검문소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산불 전문진화대원과 함께 출동하여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초기 진화로 다행히 산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소방서·군인·춘천시청·국유림관리소 등 여러 기관의 직원들이 협동하여 산불진화에 힘을 다하고, 하늘에는 산불진화용 헬기가 큰 주머니에 물을 담아서 나르고 있었다. 산불의 원인은 쓰레기 소각. 건물 옆에 조그맣게 쓰레기를 태우다가 마른 낙엽에 불이 옮겨 붙어서 인근 산으로 타 올라갔던 것이다. 쓰레기를 태운 사람은 작은 쓰레기니까 금방 타겠지 하는 부주의한 마음으로 불을 놓고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다. 잠깐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휴일인데도 산불예방과 진화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더 즐겁게 다시 산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나부터 먼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산불을 진화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365일 산불 걱정 없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