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갑 의원의 '광주 해방구'발언으로 그동안 호남에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린 한나라당이 다시 호남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불모지인 호남에 터를 잡기가 쉽진 않지만 내년 대선을 고려할 때 마냥 손놓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비록 김 의원의 '광주 해방구'발언으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지난 10·25 보궐선거를 통해 호남 지지율 상승의 가능성을 엿본 만큼 한나라당이 여기서 호남행을 멈추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표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호남을 찾고 광주를 찾아 고개를 숙이는 등 그동안 호남구애에 총력을 기울여 온 강 대표는 발걸음을 다시 호남으로 돌린다.

    6일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당 지도부에"서남부 지역 핵심현안관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보고했다. 임 소장은 먼저 "'F1대회 관련 토론회'를 11월 9일 전라남도 도청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개최는 전라남도가 J프로젝트라 이름붙이고 추진 중인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한나라당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전라남도의 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개최를 위한 지원과 협조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토론회도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와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준비한다.

    임 소장은 또 "두 번째로 2006년 11월 23일 전주상공회의소에서 한나라당 전북도당과 여의도연구소의 공동주최로 '새만금 지역의 바람직한 활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보고했다. 새만금 사업 역시 전라북도의 주요 추진 사업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호남구애를 재개한 것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상치 않은 행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읽힌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광폭행보를 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여권의 정계개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치권은 이미 정계개편에서 'DJ의 역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의 '무풍지대'에 있다고 하지만 호남의 터주대감인 DJ가 여권의 정계개편에 개입할 경우 당의 대선전략에도 큰 차질을 빗고 내년 대선 역시 호남은 한나라당의 '불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J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이어져 온 두 정권의 대북정책을 놓고 한나라당이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 대표가 '노무현의 햇볕과 DJ 포용정책에 대한 당의 분리대응'이란 당 전략기획본부의 문건에 대해 '당의 방침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당내에선 햇볕과 포용이란 두 대북정책의 비판을 놓고 혼선을 나타내고 있다.

    소속 의원들에게 햇볕과 포용의 차이점을 물었을 때 여전히 의원들은 "DJ의 햇볕은 '한미공조'라는 틀 안에서 진행됐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