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7일 사설 '신도시 계획, 건설장관 혼자 결정 혼자 발표했다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는 26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분당 규모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가 청와대나 정부 관련 부처와 충분한 사전 협의와 조율도 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이 신도시 건설 계획을 언론에 밝힌 23일 아침까지 청와대에서 대통령은 물론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보좌관도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차관도 “신도시의 상세한 위치나 조성방법, 규모 등에 관해 아직 부처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중대한 신도시 건설 계획을 추 장관 혼자 멋대로 결정하고 발표했다는 얘기다.
건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예고도 없이 불쑥 기자실에 찾아 와 무슨 날씨 얘기라도 하듯 신도시 계획을 내놓으며 “국민은 지금 집 사지 말고 기다려라”고 했다. 청와대와 다른 부처들은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신도시 후보지들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투기 바람이 불어 닥치니까 그제야 “보고가 없었다” “협의가 안 됐다”고 발뺌하기에 바쁘다.
이 정부는 550만평, 7만 가구가 들어설 신도시 건설을 어린애 장난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도시를 세우려면 충분한 현장 실사를 거쳐 예정지와 개발 계획, 투기대책까지 마련한 뒤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부처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런 ABC조차 무시했다. 신도시 건설 계획을 언론에 미리 흘려 추석 이후 다시 들썩이는 집값을 꺾어 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건설장관의 한마디에 신도시 예정지역은 물론 수도권 일대가 온통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해 버렸다. 검단·파주·동탄 같은 후보지역은 하루 사이에 집값이 5000만~1억원씩 올랐다고 한다. 이들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수백, 수천명씩 몰려들어 밤샘 줄서기와 멱살잡이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돌출 발언과 엽기적 행동을 마치 자기 상표라도 되는 양 거리낌없이 해 왔다. 그는 대통령 신임을 믿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참고 봐줄 수준을 벌써 넘긴 지 오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