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의 '개성 부채춤' 논란으로 파행을 겪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오후에도 원 의원의 둘러싼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오후에도 국정감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여야 모두 여론의 비난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부담감 때문에 양당은 일단 오후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 직후부터 양당 모두 신상발언을 통해 원 의원 문제에 대한 공방을 벌여 정작 방위사업청 국정감사는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오후 국감에서도 여야는 한 치의 양보없이 상호비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원 의원의 국방위원직 사퇴와 개성 춤판 공식사과를 요구했고 열린당도 23일 군부대 시찰시 원 의원을 제외시킨 데 대한 사과를 촉구하며 맞섰다.
     
    북핵 위기 속에서 당내에서조차 반대한 개성공단 방문을 강행하고 술마시고 부채춤까지 춘 원 의원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커 보였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 원 의원은 잘못을 시인했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국방위원 사퇴는 수용하지 않았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사퇴요구에 "개성공단 방문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국방위원 사퇴요구는 국회 내 다양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평화를 인정하지 않고 한쪽 입장만 주장하는 의원만이 국방위원회에 존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국회의 기능과 역할에 비춰볼 때 동의하기 어렵다. 자신의 이념과 신념이 중요하다면 남의 신념도 똑같이 귀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원 의원은 열린당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세력 즉 '평화세력'으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참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호전(好戰)세력'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어 양측 대립을 확전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즉각 원 의원의 발언에 대응했다.

    송영선 의원은 "호전적이란 말은 쓰지 마라. '전쟁불사'란 말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자꾸 거짓말하지 말고 본심을 보여라"고 소리쳤고 열린당 유재건 의원이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느냐"고 따졌지만 송 의원은 "왜 우리를 계속 호전적이라고 하느냐. 누가 호전적이냐. 누가 전쟁을 원한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결국 원 의원은 자신의 '호전' 발언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2시간여동안 진행된 양측 대립은 수그러드는 듯 했으나 열린당 박찬석 의원이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본격적인 방위사업청 업무보고가 시작되려는 순간 박 의원은 뜬금없이 한나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은 개성공단을 방문한 사람과는 같이 국감을 못하겠다고 했는데 원 의원이 사과한 것은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방문 당시 실수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개성공단을 방문한 사람과 군부대 시찰을 못하겠다고 한 것을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개성공단을 책잡은 게 아니라 국감을 빠지고 개성공단을 가고, 실수였다고 하지만 술마시고 춤을 췄다는 사실이 나왔기 때문에…"라고 말하자 박 의원은 황 의원의 발언을 끊고 "상황을 봐라. 거기서 무슨 진탕 술을 먹고 춤을 출 상황이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황 의원은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어떻게 그렇게 말하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이에 박 의원은 "내가 책상 두드릴 줄 몰라서 안두드리는 게 아니다"고 받아쳤고 황 의원은 "그럼 두드려라"고 맞섰다. 송 의원도 "뭘 사과하라는 것이냐. 북에 가서 춤추고 술마시는 게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고 개성공단에 안가면 북핵을 호전적으로 해결하자는 사람이란 것이냐. 거기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한나라당은 일단 원 의원의 사과에 대해선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국방위원회의 군부대 사찰에 원 의원의 동행을 허용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원 의원이 군장병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다면 군부대 사찰 동행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