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4월 9일 오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을 때도 심 의원은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회견장에 참석했고 오 시장 지원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이후 순탄한 선거전을 치르며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심 의원은 10월 24일 국회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장에서 오 시장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을 괴롭히고 가장 목소리를 높여 오 시장을 비판한 사람은 바로 심 의원이었다.

    심 의원은 작정한 듯 오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서울시의 신청사 설계안 변경과정에서 예산 3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 신청사 설계안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 부결되면서 설계변경이 불가피해졌고 이로 인해 3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에게 "부결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공사계약서에 없다. 문화재를 고려했어야 하는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졌다. 서울시는 지난 6월에 21층 규모의 신청사 설계안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쳤으나 부결됐고, 높이를 19층으로 낮춰 같은달 20일 다시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부결됐다.

    "일부 수정보완을 하면 된다"는 오 시장과 서울시 주택국장의 답변에 심 의원은 "외관과 높이도 달라지고 내부구조도 달라지는데 약간의 수정 보완으로 가능하겠느냐"고 재차 따졌다. 그는 "내부에서 작성했던 서류를 보니 여러 검토를 하면서 이런 저러한 문제들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고 돼 있는데 서울시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니 '서류가 잘못 나갔다'는 희한한 답변을 했다"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추가질의 시간에도 "'별것 아니다' '수정보완하면 되는 것이다'는 취지로 주택국장이 말하고 시장도 그렇게 얘기하는데 유감스럽다"며 "서울시의 서면답변과 구두답변이 다르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고 심하게 얘기하면 위증으로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오 시장은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될지 예상 못했다. (서울시는)덕수궁을 의식한 설계를 했는데 그런 노력을 평가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심 의원의 이런 비판에 서울시는 해명보도자료를 내고 "설계변경과 관련된 공사계약서 상의 조항은 여러 조항이 있어 시가 설계비 증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