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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1일 사설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20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창립2주년 기념식 참석을 강행하더니 낮술을 곁들인 오찬에 취하고 무대에서 북측 여종업원들과 춤추고 노래했다. 북한의 10·9 핵실험 여진 가운데서 벌인 기도 안차는 여흥이다.
하루전 서울 한복판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들이 북핵과 관련한 ‘조율된 대북제재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긴박한 상황 속에서 당내의 만류조차 뿌리치고 기어이 북행(北行)을 감행, 유엔 안보리의 만장일치 대북제재 결의에 어깃장을 놓은 김 의장 일행이다. 대북 제재에 나선 국제사회에 맞서는 그같은 상징적 정치 행위로써 친북·반미 의지를 표현한 것도 모자란다는 듯 김 의장, 원혜영 사무총장, 이미경 의원 등은 북측이 들쭉술, 맥주, 령정주(북한 약술) 등을 반주로 내놓은 오찬장에서 ‘낮술 향연’을 벌인 것이다.
6·25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에서 집권당 지도부가 이런 추태를 무릅쓸 수 있다면 우리는 집권당의 이성적 사유체계를 근원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맨 먼저 원 총장이 북한 종업원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 부채를 들고 춤췄고, 원 총장은 함께 춤을 춘 종업원과 포옹까지 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 뒤 김 의장은 종업원의 권유를 몇차례 물리치다가 이 의원과 함께 무대에 올라 1분여 종업원들과 손잡고 춤을 췄고, 한 당직자가 무대에 올라와 만류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니다.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핵개발 돈줄’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개성공단에서 ‘춤판’을 벌였으니, 개성으로 출발하기 전에 “정치적으로 손해볼 수 있지만 내가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비장함까지 연출한 김 의장의 말을 떠올리기조차 민망하다. 춤판이 물의를 빚게 되자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라고 또 말장난을 치고 있으니 그들 뇌리 어디에도 북핵을 걱정하는 국민적 분위기는 각인되지 않았다는 말밖에 안된다.
김 의장의 개성 왕복이 ‘친북·반미 장사’라는 것은 어쭙잖은 ‘출발 성명’에서부터 짚을 수 있었다. “평화가 깨지면 경제가 흔들린다. 밥그릇이 깨지는 것”이라고 했다. 북 핵실험의 책임은 미국 몫이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좌파·친북·반미 논리를 그대로 옮겨 집권당 대표가 아니라 아예 좌파·친북·반미 세력의 ‘맹주’를 자처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른 대선주자와의 정체성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지지도를 올려보겠다는 작심도 곁들였을 듯싶다.
김 의장은 북한 대남전략의 우회적 표현인 ‘우리민족끼리’를 복창하는 소영웅주의자 면모를 실증했다는 것이 그의 개성 춤판을 되돌아보는 우리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