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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순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당의 중심에 새기고 선생님의 뜻에 따라 용기와 지혜를 모아 호남 품에 안겨 새나라 새시대의 정신을 받아들일 것이다"(한나라당 황우여 사무총장. 17일 국회대책회의에서)
지난 14일 별세한 고(故)홍남순 변호사의 영결식이 17일 열렸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광주를 찾아 영결식에 참석했고 당의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앞서 빈소를 찾았다.
홍 변호사가 호남지역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이들의 조문 행렬은 호남 민심을 노린 대권행보와 한나라당의 호남공략 차원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국회대책회의가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선 홍 변호사에 대한 칭송 목소리가 유달리 컸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지속을 주장하는 정부·여당에 비판 일색이던 한나라당 회의 분위기는 황우여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으며 돌연 바뀌었다. 황 사무총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우리가 존경하고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호남의 어른이고 민족의 지도자이신 홍남순 변호사가 영면에 들어갔다"며 "이 분은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몸바쳐 싸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선생님 뜻을 당의 중심에 살리고 정신을 꼭 지키겠다"이어 "자유와 인권은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란 것을 가르쳐주셨다"며 "조국에는 시련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 나라 이 민족이 영원한 자유와 인권을 지키려면 선생님의 뜻에 따라 용기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무총장의 칭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선생님은 호남 아픔을 안고 영원히 떠나셨다"며 "한나라당은 어두운 과거와 슬픔을 가슴에 묻고 민족단합을 위해 뛰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은 한나라당의 큰 기둥이요 중심이다.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당의 중심에 살리고 새겨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호남 품에 안길 것이고 새나라 새 시대의 정신을 받들 것이다. 선생님의 정신을 꼭 지켜 새 시대 새 뜻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홍 변호사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며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호남의 어른'이라지만 이날 황 사무총장의 칭송은 '지나치게 오버했다'는 분위기다. 당장 회의를 듣던 당직자도 "좀 오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맹비난해오던 한나라당은 또 이날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인 '포용정책'을 비판하려는 것이었지만 노 정권의 포용정책을 강하게 질타해 DJ의 햇볕정책을 북핵사태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DJ 햇볕정책 옹호하며 노무현 포용정책은 맹비난전략기획본부장 김성조 의원은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 의원은 먼저 "햇볕정책은 확실한 3대원칙을 제시했고 무엇보다 남북 강온정책을 병행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포용정책은 햇볕정책을 계승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차별적이고 원칙없는 일방적 대북유화정책을 고수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제공조면에서도 햇볕정책은 한·미·일·러·중의 대북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주변국의 지지를 받고 추진했으나 포용정책은 민족자존이란 미명 하에 일방적 대북 지원으로 국제공조를 무시하고 외교적 신뢰를 상실해 결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대포동 미사일 발사, 핵실험 성공발표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북정책 주도권을 살펴보면 햇볕정책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금강산 관광사업 일시 중단 등으로 단호히 대처하며 한국정부 주도 아래 강온정책을 폈지만 포용정책은 민족공존이라며 계속 지원을 하는 바람에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또 "햇볕정책은 남북정상회담 6.15선언발표 뒤 남북장관회담으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이끌어냈지만 포용정책은 일방적 퍼주기로 한반도 안보불안과 핵위협으로 귀착됐고 북핵실험 와중에도 국제공조에서 이탈해 대북지원을 계속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런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면서도 포용정책을 햇볕정책과 동일시해 선거에 이용하고 책임을 미국에 넘기려는 정치적 술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