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강연정치'가 눈에 띈다. 퇴임 직후 '한반도 내륙운하 건설'이란 자신의 대표 대권상품을 내놓고 전국을 돌며 여론몰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 전 시장은 내륙운하 못지 않게 '대학강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주 영남대학교에서 '세계 일류를 향한 청년의 꿈과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이 전 시장은 이번 주에도 중앙대학교과 경희대학교에서 잇따라 강연을 한다. 퇴임 이후 대학강연만 10번째다.
이 전 시장 측은 일정이 맞지 않아 초청받고도 참석하지 못한 강연개수는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일정과 강연취지가 맞는 한 대학강연은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은 대학강연에 상당히 매료된 모습이다. 매 강연 때마다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점점 더 분위기가 좋아진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가득찬 강연장과 곳곳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사인공세를 맞을 때마다 이 전 시장은 흐뭇해한다. '대학생 대상으로 한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 1등을 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라는 기자들의 질문엔 "1등한지 오래됐는데…"라며 강한 자신감도 내비친다.
최근 발표된 대학생 대상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 전 시장과 측근들 모두 이 같은 강연정치에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를 대학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이념에 따라갔던 과거와 달리 대학도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마 그래서 1등을 한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강연주제도 대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취업'과 '경제회복'에 맞추고 있다. 각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청년의 도전과 꿈' 혹은 '리더십' 등에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이 전 시장은 원고도 준비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의 특성과 강연시점에서의 굵직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미리 준비한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전 시장이 이런 주제들을 갖고 잦은 대학강연을 진행하는 이유는 '경제대통령'이란 자신의 수식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회복의 최적임자'란 이 전 시장의 이미지가 취업에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매 강연 때마다 자신의 힘들었던 유년기를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할 뻔한 유년기부터 현대건설에 입사해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 전 시장은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주문한다.
자연스레 강연을 듣는 학생들의 뇌리에 이 전 시장은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도 '취업난 해결'과 '경제회복'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주를 이룬다. 이 전 시장 측은 '청년의 도전과 꿈'이란 주제가 평이할 수 있지만 이 전 시장의 이미지와 가장 맞는 주제라고 말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정치가 아닌 경제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고 있는 방식도 효과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20대는 호남과 함께 한나라당의 취약층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이런 강연정치가 당의 외연확대와 지지기반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두 취약층에서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0월 말 유럽방문 이후 11월부터 다시 대학강연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