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4일자 사설 '청와대 끼리끼리 인사 들통나면 밥 먹듯 거짓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올립니다.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인선을 둘러싼 인사 외압의혹을 부인했던 청와대가 하루 만에 인사 개입을 털어놨다. 청와대는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추천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가 10일 청와대 인사 외압에 반발해 사퇴하자 이튿날 “감사 인선과정에 압력을 가한 적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부인했었다.

    이에 권 교수는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저쪽’(청와대)에서 비재경부·비고시·부산 출신이어야 한다고 했다. ‘제발 봐달라’고 여러 차례 사정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 차관도 자신이 중간에서 청와대의 ‘뜻’을 추천위원들에게 전했다고 시인했고, 그때서야 청와대는 “통상적 인사협의는 했지만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는 지난 7월 여당 서울시장 후보캠프에서 일했던 다른 386인사를 앉히려다 파문이 일었을 때도 “거래소 감사 문제는 거래소가 알아서 할 일로 청와대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었다. 

    청와대는 ‘비재경부·비고시·부산 출신’이라는 식으로 거래소 감사의 구체적 인선조건까지 못박아 놓고는 이제 와서 “통상적 인사협의였다”고 우기고 있다. 권 교수는 “재경부 차관이 (새 감사 후보로) 감사원 쪽의 부산 출신이 올 모양인데 90~100점짜리가 오면 좋겠지만 60점짜리라도 받아달라고 요청까지 했었다”며 “이래도 외압이 아니라면 나에게 소송을 걸라”고 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두꺼운 얼굴과 뻔뻔스러움은 알 만하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출자한 민간 주식회사다. 공기업이라면 또 모른다. 청와대는 왜 私사기업 감사 인사에까지 끼어들어 침을 흘리는가.

    청와대 눈에는 재경부 차관이 인사압력을 넣는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사표를 던진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도 아리랑TV 부사장 인사를 놓고 “청와대가 도저히 감이 안 되는 인물을 밀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폭로했었다. 아무리 대통령 곁에 있다고 무슨 심어야 할 사람이 그리 많아 수십 년 공직자 생활을 해온 사람들을 이렇게 갖고 놀아서는 안 된다. ‘60점짜리’ ‘감이 안 되는 인물’을 취직시키려 들다 말썽 나면 밥 먹듯 거짓말 하는 것이 ‘시스템 인사’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