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3일 사설 <차라리 “북한이 핵 가진다고 별일 있나”라고 말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11일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간담회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은) 제재와 대화라는 두 가지 수단이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 어느 쪽에서는 강경한 제재로 가자, 어느 쪽에서는 대화로 가자고 얘기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 두 개가 다 유효하며 어느 하나만 선택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 유엔 안보리는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10년 사이에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에 합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대북 제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마당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제재도 일리가 있고, 대화도 일리가 있다’는 식의, 방송에 출연한 시사평론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계가 제재 쪽으로 가는데 한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고 나선 것은 사실은 ‘대화’ 쪽에 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심중을 잘 알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북한은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고 (밖으로) 나올 나라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들고 나온 ‘대화’가 지난 3년 동안 북핵 해결에 무슨 구실을 해왔느냐 하는 것이다. 이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북한 핵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 혼자만도 중유, 대북 송전, 경수로 건설 등 10조원(100억달러 상당)이 넘는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 이 정부가 최근 북한에 제시했다는 북핵 해결을 위한 ‘포괄적 접근 방안’에선 북한에 핵 포기를 대가로 더 큰 액수를 약속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런 ‘대한민국산(産) 당근’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미국산 당근’을 달라며 핵실험을 밀어붙였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에서 핵을 폐기하게 만드는 것은 그 이전 단계에서 핵 보유를 단념하게 만드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핵실험 이전에 실패했던 방식을 핵실험 이후에도 똑같이 사용하자고 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포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대통령도 지난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날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방안에 대해 이것은 안되고 저것에도 조건부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발 걸기만 하고 있다. 이 정부는 한술 더 떠 “유엔 결의안과 관계없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계속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국민도 세계도 이 정권이 입으로는 “북핵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행동으론 북핵을 방조하는 위선을 지켜보는 데도 지쳤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철부지 386처럼 “북한이 핵무장한다고 별일 있나. 통일되면 그것도 우리 무기인데…”라고 솔직히 털어놓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