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하지 마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9일 자당 의원들에 보낸 경고다. 추석연휴 직전 터진 북한의 핵실험 강행 사태는 노무현 정부에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선 정부·여당을 코너로 몰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동안 노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해 오던 한나라당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교체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강 대표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찼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주문했다.

    오프닝 멘트를 통해 "한나라당도 국민이 우려하는 안보 위기상황에서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자중자애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요구한 강 대표는 회의 말미 재차 소속 의원들을 향해 행동에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 회의 테이블에 앉은 당 지도부 모두가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했지만 강 대표는 "지금은 준 전시상태"라는 우려만 표명하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자당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지도부의 오프닝 멘트가 끝난 뒤 회의를 비공개로 돌리려는 순간 강 대표는 "한 마디만 더 하겠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는 취재진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강 대표는 "이런 얘기를 하기는 뭣하지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은 사실상 비상시국이다. 국정감사도 있고 사실상 마지막 국정감사다. 아까 의원들에게 공사간 상황에 맞는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날씨도 좋고 아깝긴 하지만 당분간 주말에도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골프 같은 것 치지 말고 유흥업소도 자제하고 현충일 같은 심정으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요구했다.

    대표취임 석달이 지난 강 대표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원인은 바로 소속 의원들의 '골프' 파문. 호기를 잡고도 때마침 터지는 '골프 파문'으로 '강재섭 호'는 매번 발목을 잡혀야 했고 이로 인해 강 대표는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강 대표는 소문난 '골프광'이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골프채를 놨다. 소속 의원들에게도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금지령도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는 취임 직후 '수해골프'로 몸살을 앓아야 했고 당내 자강운동인 '참정치 운동'을 주창한 뒤에도 '군부대 골프'가 터지는 등 번번히 '영(令)'이 서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고는 그동안 터진 골프파문에 대한 강 대표의 심경표현이라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참정치 운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브리핑에서 "강 대표가 '당의 봉사활동을 좀더 구체적으로 활성화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런 봉사활동은 당이 꾸준히 추진해 온 참정치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에겐 북핵 못지 않게 소속 의원들의 골프 파문이 큰 걱정거리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