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30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9일 발간한 '2006 북한인권백서'는 내용에 앞서 발간 사실 자체로 그 의미가 여간 크지 않다. 1989년부터 매년 국내 인권상황보고서를 내면서 인권의 파수꾼 그 일익을 자임해 온 대한변협이 결코 남일 수 없는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서가 탈북자 100명의 생생한 증언과 자체 수집자료를 사법 관점으로 분석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직의 본령을 한 차원 높였다고 평가한다. 백서를 통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노역이 매일 12~15시간씩 연간 361일 계속되고, 여성 재소자가 강제낙태를 당하고 있다는 참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영장없는 장기 수사,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는 고문 등은 북녘이 문명사회 저 건너편의 '무법 동토(無法凍土)'임을 가감없이 말해준다.

    올들어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한 경고를 거듭해왔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7일 북한에 대해 인권증진 재원을 위한 군사예산 일부 이전편성과 이주의 자유를 위한 입법 등 10개항을 적시해 개선을 권고한 것은 그같은 경고의 최근 예일 따름이다.

    노무현 정부는 어떤 자세를 보여왔는가. 유엔 차원의 거듭된 대북 인권결의에 기권 내지 불참해왔다. 노 대통령은 1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인권문제로 타국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느냐는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보편적 원칙이 없다"는 언급으로 북한을 거들어 유엔 인권결의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평화권’이 우선하므로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제반 인권 논의에 앞서야 한다는 일각의 궤변에 귀기울여오면서 지난해 말까지 발표하겠다던 인권위 입장 정리부터 여태 미뤄오고 있다. 변협의 첫 북한인권백서는 정부의 그같은 행태를 더 부끄럽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