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6일 사설 <노정권 코드 맞추다 '내분'에 이른 인권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사의를 표명해 이런저런 뒷말을 낳고 있다. 21일의 인권위 워크숍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정황 등에 비춰 사퇴의 이유와 배경은 일신의 건강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내분(內紛)쪽으로 기운다.

    지난해 4월4일 취임해 3년 임기의 절반도 채 채우지 못한 조 위원장의 퇴진은 인권위 파행의 실상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는 게 우리 시각이다. 2001년 11월 인권위 출범 이래 제1대 김창국 위원장만 임기를 채웠을 뿐이다. 제2대 최영도 위원장이 2004년 12월 취임 직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석달을 못채우고 물러난 데 이어 조 위원장 역시 중도 하차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권위는 인권위법 제1조의 명문 그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 구현,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이 설립목적이지만 스스로 그 목적을 거스른 예가 허다했다. 국가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넘어 월권을 서슴지않는가 하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모순까지 보여왔다.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만 해도 인권위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었다. 2004년 8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2005년 12월의 종교적 병역기피 인정 주장 등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어온 인권위다.

    이렇듯 영역 밖의 일에까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이중적·위선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버거워 지난해 연말까지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9개월 넘도록 역시 침묵이다. 12일에는 처형 위기에 처한 북한주민을 구해달라는 진정을 ‘조사 시늉’만으로 각하했다. 성전환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까지 한 인권위로서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권위가 노무현 정권 들어 그 편향 노선이 점점 예각화하고 있음을 주목하며, 이같은 추이는 인권위의 인적구성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제1기(2001.11∼2004.11) 때는 11명의 전원위원회 구성원 중 변호사 4명, 법대교수 3명이 포함돼 있었으나 제2기(2004.11∼)에 들면서 법조인은 4명으로 줄고 대신 시민·여성단체 출신 6명이 합류했다. 조 위원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그가 평소 인권위 일부 위원들로부터 “진보적 결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고 하니, ‘조 위원장의 진보’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인권위의 진보’인가 싶어 그 앞날이 더없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