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두 사람은 최근 강연과 민생현장 방문 등으로 대중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자연스레 언론과의 접촉빈도도 높아졌다.

    두 사람 모두 아직은 상대방을 앞지르기 위해 정치적 액션을 취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지율도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고 충돌도 가급적 피하려는 모습이다. 양측 모두 조기 대선과열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두 사람이 대권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대권행보를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두 사람 모두 '강연정치'를 통해 대중과 접촉하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만 굵직한 현안과 민감한 정치이슈를 두고 차별화 된 행보를 보인다.

    박 전 대표는 현안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이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전시작전통제권 논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친 뒤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이후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내에서 큰 논란이 된 '한나라-민주 통합론'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21일 한국엔지니어클럽 초청 강연을 통해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한 박 전 대표는 이날 전효숙 사태에 대해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철회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둘러싼 경선제도 변경 문제 역시 언급자체를 꺼린다. 박 전 대표의 여의도 사무실 실무책임을 맡은 유정복 의원은 "전직 대표가 현안과 논란이 되는 정치이슈를 자주 언급하면 현 지도부의 당 운영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정치이슈와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부에서는 '차기대선주자로서 중차대한 현안에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비판도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의 당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선후보간 경쟁이 조기과열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반면 이 전 시장은 현안과 당내 논란이 되는 정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장 굵직한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이 전 시장은 재협상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말하며 빅3중 가장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또 최근 당내 핫이슈로 떠오른 '한나라-민주 통합론'에도 "민주당과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민주당과의 파트너십은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민주당과 합당하면 좋지만 설혹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정책공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민주 통합론'은 대선후보 경선제도 변경과 함께 당내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킨 이슈다. 양당 통합론의 경우 정계개편과 맞물려 있어 쉽게 발언하기 힘든 문제일 수 있으나 이 전 시장은 과감히 자신의 입장을 표출했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논란 소지가 있는 민감한 정치이슈에 대해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주자가 언급하는 것은 문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정책적 부분은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정책적인 것까지 입을 다물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론을 펼친다. 

    이 전 시장 측은 또 민감한 정치적 이슈인 '한나라-민주 통합론' 언급에 대해서는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공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작권 재협상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안보정책이란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전작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에서 대응해주길 바랐는데 혼선으로 제때 대응이 나오지 않아 발언하게 됐다"고 이 전 시장 측은 설명했다. 양측 모두 대선 조기과열을 우려해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권경쟁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