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은 ‘복고’ 가 대세이다. ‘복고열풍’은 패션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대중문화 전체로 번지고 있다. 특히 ‘복고열풍’은 서민들의 삶 가운데도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고열풍’은 패션계를 중심으로 해서 시작되었다. 여성 복고 패션은 ‘1945년’, ‘사랑과 야망’ 같은 복고풍 드라마가 인기를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를 반영 하듯 대부분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올 가을 히트 예감 아이템으로 ´로맨틱 복고풍´ 과 ‘트렌치코트’를 제시했다.

    가을은 트렌치코트의 계절이다. 이번 시즌 트렌치코트는 원피스나 재킷 형태 스타일에다 울, 실크, 플라워 프린트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선택 폭이 다양하다.70, 80년대 복고풍 패션이 유행하면서 트렌치코트도 우아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선을 감싼 과감한 프릴장식과 여성스러운 주름치마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 한다.

    또한 20세기 초,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에드워드 룩이 2~3년 전 절정을 이뤘던 로맨틱 열풍과 조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샤트렌´ 디자인측은 " 올 가을에는 트렌치코트가 유망 아이템으로 허리를 강조하는 빅 벨트와 화려한 꽃문양이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강세"라고 말했다.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저조해지자 지난해 유행했던 진한 검정색 대신 부드럽고 화려한 검정색상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했다.

    영화계에서는 ‘긴 추석’에 대비해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 질 것으로 보인다.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타짜 페인’을 만들어 질 정도로 인기를 끌어 던 허영만의 동명만화 원작의 ´타짜´가 추석 영화계에 도전한다.

    또한, 2편의 영광을 등에 입은 코미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안성기-박종훈 콤비에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뭉친 휴먼드라마 ´라디오스타´. 이나영 강동원의 담담하지만 슬픈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김정은 이범수의 복고풍 코미디 ´잘살아보세´ 등 메뉴도 다양하다.

    특히 복고풍 코미디 ‘잘살아보세’는 1970년대 초, 국가사업인 가족계획을 위해 용두리에 파견된 가족계획 요원과 마을이장 요원이 ´용두리 출산율 0% 달성´을 위해 부부 잠자리를 관리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로, 영화배우 김정은이 가족계획 요원으로 용두리 이장 역에는 이범수가 맡았다. 이 영화는 70년대 초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복고풍 코미디’로 ‘산아제한’ 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고 있다.

    또한 가요계에도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속속 가요계로 복귀, 올드팬들을 깨우고 있다. 이 복고 열풍의 주인공들은 O15B, 이문세, 베일(V.E.I.L), 장혜진 등이다.

    ‘텅 빈 거리에서’, ‘신인류의 사랑’, 등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015B는 10년 만에 다시 뭉쳐 발표한 7집 ‘럭키 7’로 부활을 예고했다. 타이틀곡 ‘그녀에게 오게 하는 법’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 멜론의 9월 둘째 주(9~15일) 발라드 부분 12위에 랭크됐다. 이문세도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84년 ‘운수좋은날’부터 2002년 14집 ‘빨간 내복’을 발표하기까지 시들지 않는 인기를 자랑했던 이문세다. 이런 그가 4년 만에 MBC TV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 OST를 선보이며 차트 10위권에 드는 ‘발칙함’을 보여줬다.

    또한 장혜진의 경우 멜론 차트에서 ‘불꽃’으로 16위까지 랭크됐으며, 1집을 낸 베일(김원준, 김구, 정한종,)은 왕성한 활동을 통해 시대가 변해도 실력은 통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케이스다.

    서민들의 가계에도 ‘복고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서민들이 예전에 먹었던, 추억의 ‘봄비나’, ‘하비스트’, ‘빠다 코코넛’, ‘홈런볼’ 등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배고팠던 시절에 인기 이었던 상품들이 맛과 품질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으로 제 탄생 했다.

    제과업체들이 이처럼 장수 제품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것은 개발·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제품에 비해 리뉴얼 제품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제품 출시에 따른 부담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침제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소주와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막걸리 주점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속에 천불", "속이 찌릿", "기가 차네" 등의 프랜차이즈 막걸리 주점들이다. 이들은 복고풍의 인테리어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무엇보다도 막걸리 주점이 손님을 끄는 것은 대부분 3천 원대인 저렴한 안주가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은 ‘복고열풍’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복고열풍’의 바람은 경제침체가 장기화가 되면서 ‘경제 불황’과 ‘실업률 상승’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복고열풍’이 경제 불황과 실업률 상승, 정치적 불안 등과 무관 하지 않다고 말한다.

    동의대 박기용 교수는 “일단 불황기에 복고 제품들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다, 복고풍의 공간이라는 특성이 불황에 따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 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복고 열풍’에도 소비양극화는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양극화는 경제 침체가 장기 되면서, 기업의 이윤 창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내수 경기의 장기침체’를 극복 하고자, 기업들은 ‘귀족 마케팅과 명품주의’ 마케팅 전략을 계발 하고 있다.

    이런 소비 양극화는 명풍주의와 허영주의를 낳게 되었다. 일명 ‘골드키즈’들이 하고 다니다는 한 개에 10만 원이 넘는 머리방울이나 헤어밴드를 착용하는 초등학생도 생겨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37년 전통의 이태리 명품이라는 욕실용품 세트, 플라스틱 비누통과 빗 등이 50만 원에 팔리고 있다. 노르웨이산 유모차는 ´명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129만 원, 파리제 80여만 원이 넘는 속옷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명품이 아니면 안 되는 나라가 돼버렸다.

    또한 몇 해 전만 해도 고소득층의 여성들이 명품 소비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갈수록 소득층과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기성세대에 비해 적은 수입이지만 명품을 사기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20∼30대 초반을 일컫는 ‘L제너레이션(Luxury Generation)’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최근 5년 사이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만 ‘중고 명품숍’을 비롯한 이른바 ‘준 명품숍’ 등이 30여 곳으로 늘었다. 중고 명품의 주요 수요 계층은 10대와 20대 학생 관련 업소들이 방학과 졸업·입학시즌인 매년 7~8월, 12~2월에 평소보다 두, 세 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러한 명품 열풍에 맞춰 명품 브랜드들도 20~30대를 겨냥한 젊고 트렌디한 제품들을 속속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올 상반기 백화점 부문별 매출 성장률 순위에서 루이비통 등 수입 명품이 21.1%로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 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경우 젊은 층의 구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89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15%의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귀족 마케팅’은 그러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VIP 고객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선 경기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아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은 경제 상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귀족마케팅은 제품의 고가 정책으로 물가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사치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큰 짐이 되고 있지만, 기업에게는 많은 수익을 확보할 기회이므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상업주의적 마케팅은 결국 경제 양극화 현상을 부추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복고열풍’이, 다른 한쪽은 ‘귀족주의 명품열풍’ 불고 있다. 이러한 결과 낳게 한 장기적인 경기 침체는 ‘대한민국 호’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