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대통령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시계는 일제히 2007년 12월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여권의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나라당 ‘빅2’(박근혜·이명박)와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결구도만 부각돼 그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대세론’으로 해석하며 이들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으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언론인 출신 정치평론가 윤재걸씨는 ‘엽기공화국 자화상’(한국정치인물연구소)이라는 저서를 통해 “현 단계의 대세론은 ‘반(反)노무현 현상’의 결집일 뿐”이라며 “정치적 허수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고건·박근혜·이명박으로 형성된 ‘대세론’에 대한 경계는 ‘이회창 대세론’이 팽배했던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비롯된다. 이회창 후보가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패배한 원인이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대세론의 중심에 섰던 박찬종·이회창·이인제 세 사람은 ‘인물론’ 그 자체로만 본다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참으로 유능하고 선진적인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최종적인 선택에서 끝내 쓴잔을 들이켜야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집권자의 속내와 멀었기 때문이다. 집권 말기 레임덕에 빠져 비록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으로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후계구도에 있어서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종·이회창·이인제의 치명적 패퇴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심중을 제대로 꿰뚫지 못한 데 있었다고 봐야 할 터이다”

    윤씨는 두 번의 대선을 거울삼아 집권여당의 수석당원인 노 대통령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노 대통령의 ‘외부선장론’ 발언을 거론한 뒤 “노 대통령은 스스로가 얼마든지 주도적으로 차기 대선 구도를 짤 수 있고 또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며 “비록 국민지지도가 20%대에 머문 힘없는 레임덕 상태의 대통령일지는 몰라도 차기 대권구도를 결정짓는 데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그러면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한때 여권의 ‘히든카드’로 지목됐던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를 주목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지도자 유형인 ‘탈정치적·탈이념적 순수 진보주의’를 이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박원순·정운찬 같은 인물이 대선구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우리나라는 비로소 3김시대의 구태정치를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과거와는 패러다임이 사뭇 다른 정치적 접근으로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박원순·정운찬 같은 인물을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로 영입해 올인한다면 고건이나 이명박 박근혜가 직면할 게임 양상은 그 차원이 전혀 달라진다”며 “한나라당이 여전히 수구적 구태정치를 벗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또 한번 쓴잔을 마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현의 정체성’을 꿰뚫어야 차기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야권은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에서 출발한 책은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하며 2007년 대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윤재걸 정치평론집, 엽기공화국 자화상’ 한국정치인물연구소/468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