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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의 '돌다리 두드려보기' 정도가 지나치다. 고 전 총리가 이끄는 '희망한국국민연대'가 드디어 출범했다. 고 전 총리와 희망연대 지도부는 자신들이 정치결사체가 아니라고 강변하며 '정치소비자 주권운동'과 같은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오해'라고 말하지만, 정치권이 희망연대를 대권행보의 거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28일 희망연대 창립대회에서는 고 전 총리측 관계자들이 행사실무를 담당했으며, 자신의 '싱크탱크'라는 시각과 무관한 정책포럼일 뿐이라고 주장해오던 '미래와 경제' 소속 관계자역시 행사지원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고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가지로 양분된다.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의 달인'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정체성과 신념이 모호한 인물이라는 비판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다며 '나 데리고만 가라'고 한다면 국민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고 전 총리는 여야 양측 모두에서 '함께 가야할 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색깔'이 없다. 좋게 말하면 '통합적'인 이미지의 인물이겠지만, '기회주의적'이라는 이면도 함께 따라다닌다.
희망연대를 발족시킨 이후 고 전 총리가 할 일은 자신이 주장해온 '중도실용개혁세력의 연대 통합'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말뿐인 모호한 이상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방향과 대안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차기 대선이 일년 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권에 시달려온 국민들이 고 전 총리에 기대해온 것은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연대 출범 과정도 순탄치않았다. 7월초부터 수차례 창립대회가 연기되온 것은 물론, 당초 106인의 발기인에 포함됐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경우 '사무착오로 포함했다'며 105인으로 정정했다가 다시 '발기인이 맞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적절한 참여인사를 영입하지 못한 인물난때문에 출범이 미뤄져왔다는 일부 지적의 단적인 예로 보인다. 우스개 소리로 '희망연대'는 고 전 총리가 '연대'를 '희망'하기 때문에 탄생한 이름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6개월마다 진행한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고 전 총리는 지난해 8월 30%로 1위였지만, 지난 2월에는 21%에 그치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23%)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고 밀려났다. 이번 8월조사에서는 20%로 더 떨어져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27%)에 이어 이 전 시장과 동률을 이뤘다.
희망연대는 '희망을 찾아서 국민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창립대회를 마치고 고 전 총리는 "정치인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비공식을 떠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 '대선주자로서'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알리고, 시국 현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견해를 밝힐 때다.
희망연대 출범에 맞춰 고 전 총리에게 "적절한 때를 찾아 숨고르기만 하고 기회를 찾으면서 좌고우면을 거듭하다 보면 출발선에서 출발도 못해 보고 경기가 끝날 수 있고, 대망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 민주노동당의 논평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