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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통권 환수에 관한 보도를 보면 한나라당이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오래 끌면 한나라당은 손해다"(16일 한나라당 주최 안보대토론회서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힘겨루기에서 한나라당이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안보대토론회에선 강재섭 대표가 언급한 작통권 환수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청와대의 덫에 걸리는 것"이라며 결국 한나라당이 패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또 한나라당이 노 정부의 작통권 환수 이슈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한 보수성향의 신문은 작통권 환수를 노무현 정권의 '대박상품'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지지율 10%대 대통령에 내놓은 특정 정책 지지율이 50% 안팎이나 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최근 정가에선 임기말 노 대통령 보다 정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더 자주 들린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17일 뉴라이트 진영과의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지난 3년은 노 대통령을 걱정했다면 요즘 들어 한나라당을 걱정하느라 노심초사"라고 말했다.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을 향해 "이대론 안된다"고 말하고 있고 한나라당내에선 더 큰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의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이 이슈를 전혀 선점하지 못하고 레임덕을 걱정하는 노 대통령에게 오히려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일까. 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원인은 당 지도부의 전략과 리더십 부재"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아무리 관리형이라 하지만 너무 힘이없다. 의원들도 대선후보에 줄서기를 할 뿐 당 문제에 앞장서 일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현안을 두고 당 지도부간 손발이 맞지 않고 작통권 국민투표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을 두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는 등의 모습은 심각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여당이 이런 모습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겠나. 제1야당 투톱의 엇박자를 보면 당연히 작통권 문제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저쪽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계개편이 시작도 안된 상황에서 지지율 바닥인 노무현 정권에 이런 식으로 끌려 다니다 보면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한나라당은 크게 흔들리고 동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빅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원인은 인물이고 결국 빅3가 당에 들어와야 당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 지지율은 떨어져도 빅3의 지지율은 변함이 없다. 손학규씨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이명박씨도 이미지에 맞는 대선공약 준비에 들어가며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의 당 지지율은 세 사람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사연)가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재섭 대표의 직무수행지지도는 32.3%였다. 60%대의 직무수행지지도를 보였던 박 전 대표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수치다.
당 지지율도 아직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한사연의 발표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전당대회날인 7월 11일 44.0%에 비해 8.0%포인트 하락한 36%에 그쳤다. 50%를 넘었던 박근혜 전 대표체제 당시와 바닥을 치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36%의 지지율은 낮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선거전략가와 여론조사 전문가들 주장에 따르면 30%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율이라 말한다.
결국 강재섭 대표 체제가 여론을 흡수할 구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강 대표가 많은 관심을 쏟고있는 '참정치운동'도 이런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강 대표가 어떤 콘텐츠를 갖고 현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