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 사설 '대통령 말의 품격(品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9일 연합뉴스 인터뷰가 놀랍고 걱정스러웠던 것은 대통령의 안보관과 한·미동맹관(觀)이 대한민국 국민의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전 국민의 목숨이 걸린 국가 대사를 얘기하는 대통령의 말투와 어법이 너무 튀고 가벼워서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국민이 바라느냐”고 했다. 미국 하자는 대로 하라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같은 말을 해도 대통령 생각의 무게와 깊이를 국민들이 느끼도록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반미면 어떠냐” “한국 장관은 미국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면 안 되느냐”와 같은 대통령의 말이 아직껏 국민들 입에 회자되고 있는 것도 그 말뜻 때문이 아니다. 우리 대통령 발언의 품위와 품격에 대한 나라 안팎의 세평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말에 실린 품위와 무게는 나라 밖에서 바로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이 함부로 하는 말들은 나라와 국민의 얼굴을 깎아내릴 뿐 아니라 국익을 해친다. 대통령이 말을 조금만 아껴도 우리는 국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국가원수로서 자신의 말에 실어야 할 무게와 깊이, 품위와 품격의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수도 이전 반대여론이 “광화문에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들” 때문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도 “안보장사 시대에 성공한 일부 신문들” 탓을 빼놓지 않았다. 언론에 대한 화풀이도 이보다는 격조 있게 달리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테지만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가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는 습관도 여전하다.

    대통령은 “나중에 종부세 한번 내 보라”거나 “내가 무슨 통뼈라고 재산세를 그렇게 (많이) 내 가면서 살겠느냐”고 했다. 이런 말을 한 당사자를 바로 밝혀 놓지 않았다면 아무도 대통령의 말로 생각지 못했을 말들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자존심을 논하기 앞서 당장 스스로의 어투와 어법을 바로 고쳐 국민의 자존심부터 되찾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