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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로 불거진 청와대 ‘보복인사’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입을 굳게 닫고 있던 유 전 차관이 자신의 경질 이유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유 전 차관은 자신에게 인사 압력을 넣은 청와대 인사로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목했다.
유 전 차관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아리랑TV 부사장직 인사와 관련, “(청와대에서) 너무 ‘급’이 안되는 사람들의 인사 청탁을 해 왔다”며 “나한테 직접 이야기를 한 사람은 이 홍보수석과 양 홍보비서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이 수석이 부탁을 했으나 (계속) 말하기가 그랬던지 양 비서관이 여러 번 나에게 이야기했다”며 “이 수석을 따로 만나 ‘이건 정말 안되는 일이다. 이런 짓을 더는 하지 말든가, 나를 자르든가 하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나를 잘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랑TV와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선 문제는 낙하산 인사 압력의 일부일 뿐이라며 “그런 일들이 여럿 있었고 그게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들(청와대)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청와대)이 인사를 알아서 하는 것이고 나는 내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내가 말을 안 하려는 것은 그쪽(청와대)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에게 잘 보이거나 내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와대측이 유 전 차관 경질사유를 “신문법에 의해 출범한 기구인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관련 직무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그는 “직무회피를 했다면 인사(청와대 인사 압력)와 관련해서 한 적은 있다”며 “그게 직무회피인지 아닌지는 문화관광부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지 못하고 직무 회피 운운하는 것은 인사 청탁을 부인해도 그게 허구라는 게 곧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내가 보기엔 청와대가 이 건을 갖고 메이저 신문과 마이너 신문끼리 싸움을 붙이려는 의도 같다”고도 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식실에서 고위 공무원들 비리를 조사하는 조사관들에게 조사를 받았다. 왜 이런 인사 청탁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들이었다”며 “조사관들도 조사하면서 멋쩍어했다. 별일 없을 것이란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나를 비위사실로 엮어 경질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만약 그런 식으로 나를 엮으려 한다면 나도 정면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고도 했다.
한편 유 전 차관은 지난 9일 문광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이임사를 통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드리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조용히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심정을 중국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빗대며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