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탐사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민심대장정 중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대권을 향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들에 비해 또 다른 한나라당 ‘빅3’ 중 한명인 박근혜 전 대표는 조용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26재·보궐선거 당시 각 후보들에 대해 한 차례씩 지원유세에 나선 이후에는 그야말로 ‘방콕’ 중이다. 그는 오는 15일 현충원에서 있을 선비(先妣) 육영수 여사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것은 지난 5월 피습사건으로 생긴 상처 치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뒤늦게’ 불붙은 학구열도 한 몫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주일에 한 번씩 피습사건 당시 생긴 상처 치료를 위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경제서적을 섭렵,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또한 경제·경영학을 전공한 대학교수 7~8명으로부터 경제 과외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엔 강의를 받고 오후에는 박 전 대표 스스로 복습하는 방식으로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콘텐츠 부족’이라는 지적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 박 전 대표인만큼 황금 같은 여름휴가를 ‘부족한 2% 채우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특별히 경제 분야를 파고드는 것은 대권주자 선호도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을 돌며 일반국민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에 비해 박 전 대표는 바깥출입을 삼가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 대표 기간 동안 확인됐던 ‘대중성’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한 측근은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는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에만 머물러 있어 아무래도 조급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표도 9월 정기국회 때부터는 활발한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3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그저 집에서 경제 공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칩거 상태지만 측근들은 2007년 대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9월 중 정책자문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들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월까지는 대선 실무캠프도 구성할 계획으로, 당내 측근인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여의도 개인 사무실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번 ‘계절학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 지는 9월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 ‘빅3’와의 대권 경쟁에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