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고건 죽이기 프로젝트' 시동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문제와 관련, 대선후보 영입가능성을 시사한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외부선장론’ 발언을 놓고 7일 열린우리당 내에서 온갖 해석이 나돌고 있다.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의 부재 등 정권재창출에 대한 극도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당 상황을 감안할 때 외부인사 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에 일단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의 필요성을 굳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선과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등 인사권 문제로 빚어진 당․청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청와대 오찬에서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 특유의 또 다른 계산이 내포돼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실제 호남출신의 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그 자리에서 꼭 그렇게 말씀해야 했느냐. 이쁘게 말씀하셔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당시 발언 상황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열린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외부선장론’ 발언이 열린당의 정체성 확립에 무게를 둔 열린당 가치에 맞는 열린당 대선후보가 우선이라는 ‘선(先)자강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다. 이는 결국 고건 전 총리를 겨냥한 여권 내부의 모종의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고 전 총리가 각종 차기 대선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외부 원심력을 발동, 당내 민주당과의 통합론자와 호남권 출신 의원들의 동요가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당 안팎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 죽이기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고 전 총리 죽이기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당내 동요 세력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향후 여권 내 대선주자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다. 고 전 총리나 열린당이나 모두 차기 대선에서 함께 맞서는 경우 ‘필패’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선자강론’을 통해 일단 열린당이 예고된 정계개편 소용돌이에서 우위에 서게 되면 이를 통해 고 전 총리를 당내 경선으로 끌어들이는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경선이 이뤄진다면 고 전 총리의 우위를 한 풀 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고 전 총리를 통한 당내 동요나 이탈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열린당 지도부는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완전 국민경선제인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로의 방식 변경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런 관측과 맥이 닿으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인사를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외부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분위기를 겉으로는 띄우면서 속내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열린당의 정체성에 맞는 대선후보의 우선 선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다음으로 '범 여권의 통합'을 위한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쪽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것이라는게 당내 일각의 관측인데, 이는 결국 고 전 총리를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이는 노 대통령이 “탈당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퇴임후 백의종군 의사까지 표명한 것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당내 ‘친노’ 그룹에게는 차기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한 ‘당 정체성 확립’이라는 명분을 주면서 목소리를 높이게 할 수 있고, ‘반노․비노’ 진영에 대해서는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으로 가는 구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소식통들은 고건 전 총리측과 열린당 중심의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간의 힘겨루기가 이제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친노 성향의 여권 핵심에서는 고 전 총리를 여권주자 경선의 틀 속으로 끌어넣은 다음 그를 낙마시키는 수순을 상정하고 있는 반면 고 전 총리는 열린당의 분열을 염두에 두고 있어 서로 상대에게 당하지 않기 위한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 어느 쪽이 승자가 될 지는 알기 어렵지만 여권 핵심으로서 끊임없이 '고건죽이기'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