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지는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까지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열린우리당에서 마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열린당은 그동안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고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지만 들끓고 있는 비판여론을 감당할 수 없는 듯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표출되고 있다.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은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 부총리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날 당 홍보기획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한 민 의원은 “과거에는 관행이었던 것이 지금은 관행으로 여겨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 날로 높아만 가는 도덕적 요구는 그런 해명과 반문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8월 1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가 끝난 뒤 용퇴할 것을 권했다.

    민 의원은 “역설적으로 김 부총리의 용퇴는 더 많은 개혁을 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 불감증, 이중게재와 표절에 대해,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대해 전면적인 제도 개혁에 나서게 될 수 있을 것이다”며 “김 부총리가 개혁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김 부총리도 살고 참여정부도 살고, BK21사업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고 김 부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또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도 많은 분들이 십자가를 안고 가지 않았느냐. 십자가를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교육위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국민들에게 판단을 맡긴 채 역사의 밀알이 될 수 있는 용퇴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광원 “왕의 남자 김병준, 스스로 물러날 때 알아야”

    같은 당 한광원 의원도 이날 열린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 부총리를 ‘왕의 남자’에 비유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 의원은 특히 김 부총리 인사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여당이 나서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흐지부지돼서는 안된다”며 “왕의 남자, 그는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 개인이 아닌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왕의 남자 공길이보다는 (왕에게 직언을 하다) 두 눈이 먼 장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지만 노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잘못된 ‘코드인사’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운영의 공동책임자다. 깨끗한 정치를 하고 권력기관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고 개혁을 열심히 해도 국민 눈에는 정치를 잘못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보다도 국민의 신망을 얻는 현명한 사람을 널리 구해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도 사람인데 왜 실수와 판단착오가 없겠느냐. 참모들은 정중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뚜렷하게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여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은 대통령이 신하를 잘 선임하도록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며 “당이 국정을 뒷받침하고 민심과 여론을 반영하는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움츠려들고 침묵하니까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열린당의 성공이 참여정부의 바탕인데 그 바탕이 갈라지고 있는 지금 이를 보듬고 추스를 사람들이 뒷짐을 지고 있거나 건전한 비판을 송곳 같은 목소리로 막으려 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