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 관계는 불안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보다 정권교체가 잘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국민들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달라”

    김수환 추기경은 26일 서울 혜화동 명동성당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예방을 받고 최근 이 장관의 대미 비판과 노무현 대통령의 이 장관 옹호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추기경은 “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며 “미국을 제쳐 놓고는 오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노 정부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미국 없이 우리나라가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우리끼리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세계감리교대회(WMC) 참석을 위해 방한한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을 접견한 일을 거론한 뒤 “당시 나는 한마디 말 안했다. 청와대에 간 것도 청와대가 요청했기 때문이다”며 노 정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청와대 접견 뒤 사석에서) 카스퍼 추기경은 미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없이 서독의 발전과 독일 통일은 불가능했다는 말도 했다”고 전하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노 대통령이 쏟아낸 ‘말’에 대해서도 “임기 말에 그런 말을 하면 인기가 높아지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되돌아와 국가에 이익을 주느냐가 문제”라며 “미국을 욕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을 살아 있어야 하고 미국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국민들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달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남북관계를 지혜롭게 지속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며 “남북관계에서 할 말은 하고,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나라당이 극심한 7·11전당대회 후유증을 겪었던 것을 염두에 둔 듯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걱정”이라며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서도 “사학비리 등으로 문제되는 사학도 있지만 수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것(사학비리)은 그것대로 다스리되 그냥 둬도 되는 것을 왜 문제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한나라당이 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 생각을 표출하는 데 미약했다. 잘 하겠다”며 “수해기간에 정신없는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해서 오늘(7·26재·보궐선거에서) 따끔한 매를 많이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학법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사학법을 다시 고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김 추기경 예방 자리에는 강 대표 외에 고흥길 중앙위의장, 박진 서울시당위원장, 나경원·유기준 대변인이 함께 했다. 

    한편 김 추기경의 이날 발언을 일부 언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하자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지지보다는 충고를 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종교와 정치가 엄연히 분리돼 있는데 어느 종교 지도자가 한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